선교학 강의록

선교학 강의록-교수 주태근

주 바나바 2022. 7. 20. 10:18

선교학 강의록(1) : 교수 - 주태근

 

. 세계 선교 현황

 

 

저명한 교회사가인 케넷 라토렛은 2천년 교회사를 정리한 그의 방대한 전집에서 개신교 선교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19세기를 위대한 세기 the Great Century’라 명명했다. 윌리엄 캐리가 인도를 향해 선교의 발길을 내딛으면서 봇물 터지듯 시작된 본격적 개신교 선교시대의 도래를 감안할 때 19세기를 가히 위대한 세기라 부를 만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20세기는 더욱 위대한 선교의 세기였고, 선교의 마지막 세기가 되리라 예견되는 21세기는 더더욱 위대한 세기가 될 전망이다. 선교사 출신으로 성경신학자이자 선교역사가인 스티븐 니일은 19세기가 1789년에 시작되었고, 20세기는 1917년에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리적으로는 19세기가 1801년에, 20세기가 1901년에 시작되었지만, 19세기를 특징짓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1789년과 20세기를 특징지은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1917년이야말로 새로운 세기를 연 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은 절대권력이 일인내지 소수 엘리트 계층에 편중돼 있던 왕조/봉건 시대의 종지부를 찍고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를 연 상징적 사건으로 19세기에 수많은 평신도 선교사들을 배출하는 사상적 기조를 제공했다. 한편 볼셰비키 혁명은 20세기를 냉전이라는 독특한 상황으로 몰아갔고, 동서 이데올로기 양대 세력의 극한대결 구도 속에서 어느 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판이하게 갈리는 시대를 연출했다. 선교적 시각에서 볼 때, 20세기는 개인이나 공동체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 어떤 국적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선교적 입지가 확연히 달라지던 시대였다. 그렇다면 21세기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에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근대 세계사의 칠십 여년을 풍미한 공산 이데올로기가 붕괴하면서 하루아침에 냉전이 끝나고 전혀 새로운 시대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우리의 가치와 관점을 여전히 사로잡고 있는 냉전 멘탈리티에서 속히 벗어나 새롭게 열린 21세기의 현실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의 세계선교 활동은 각 부문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도 세계복음화에는 역부족이며 그나마 이미 복음이 들어간 지역에 선교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교회역사연구가이며 선교학자인 데이비드 바렛(David B. Barrett)'세계 선교 현황 통계:1997'를 발표, "기독교가 비기독교세계에 끼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전도종족에 선교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의 조사 내용이다. 전세계에 배포된 성경(쪽복음 포함)은 모두 18억권이다. 또 세계의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책 중 예수님을 주제로 한 것은 65571권으로 이 가운데 '예수님'이란 단어를 제목에 직접 넣은 책은 53094권이었다. 1970년대 이후 출간된 책이 25077권이며 1996년 한해만도 1500권의 새로운 책이 예수님을 제목으로 출간됐다. 연합성서공회는 매해 약6억권에 달하는 성경을 배포하고 있다.

기독교는 책뿐만 아니라 교회 성장, TV방송, 성경출간 등을 통해서도 그리스도를 선전하고 있으며 놀라울 정도로 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 도서관 목록에는 360개 언어로 된 3400만권의 책이 있고 매해 90만권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는 것에 비하면 예수님의 관한 책 65571권은 0.2%에 불과한 것이다. 더욱이 비기독교세계(B세계의 70%A세계의 90%)의 어린이와 아이들은 73%가 문맹이다. 15%의 글을 아는 이들도 0.2%의 예수님에 관한 책을 읽을 기회를 갖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기독교와 관련, 세계를 A세계(기독교와 접촉조차 하지 않은 비기독교지역) B세계(기독교의 영향을 받고 있는 비기독교지역) C세계(기독교지역)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분에 의할 때 1997년 중반에 비기독교인은 389700만명 가량이 될 것이다. 1990년 비기독인의 수가 10620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이러한 숫자는 하루 129000, 한해 4700만명씩 증가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추세대로라면 2000년대에 가서는 비기독교인이 40억을 상화하고 2025년에는 52억 가량이 될 것이다. 또 세계인구의 81%는 특정한 종교를 신봉하는 자들이며 세계에는 15000개 이상의 구별되고 독립된 서로 다른 종교와 종교운동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적으로 새로운 비기독교 종교가 날마다 두세개씩 새로 생기는 셈이며 기독교 선교활동이 성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어렵게 하는 증거다. 이처럼 비기독교세계에 기독교가 영향을 주는 데 실패한 데 주원인은 기독교 자원 97%의 수혜자가 기독교인들(C세계)에 치중된다는 데 있다. 3% 나머지 기독교 자원도 이미 기독교인들과 접촉이 있는 B세계 비기독교인에게 사용되고 있다. A세계로 정의되는 지역 사람들은 거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선교부와 선교회가 해외와 동반자 관계가 있는 교회들과만 협력 선교하고, 이들의 초청이 없이는 선교사를 미전도종족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선교단체들은 협력 관계에 있는 해외 교회 지도자들이나 선교사들이나 현지 기독인들이 이들 선교단체에 공식적으로 요청할 경우만 선교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선교단체에 선교 자원을 요청할 교회도 사람도 없는 A세계에는 아무도 일할 사람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기독교계에는 5151000명의 전임사역자가 있다. 이들은 관심을 갖고 이미 복음화된 지역이 아닌 지구상 4000여 미전도종족에게 사역자를 파송하고 지구상 15000 비기독교 종교에도 사역자를 배정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데이비드 바렛은 "우리가 의지적으로 지구 곳곳에서 서로 구분되는 비기독교 종족 집단들에게 직접적이고 포괄적이고 개인적인 접촉을 하지 않는다면 기독교인들은 40억 비기독교인들의 생명과 소망과 두려움에 대해 계속해서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캐리가 1793년 인도를 향하여 선교사의 첫발을 내딛음으로 시작된 현대선교는 19세기 초반 영웅적인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영적 어두움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계선교도 지난 세기 동안에 교회가 이전 1900년 동안 경험했던 성장과 변화보다 실제로 더 커다란 성장과 변화를 이루었다. 오늘날의 세계 선교 현황은 일부 성급한 사람들이 생각하듯 너무 쉽게 선교의 종료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세계복음화에 장애가 되는 쉽지 않은 도전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들이 이러한 도전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실제 위험이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늘날 세계복음화는 유리한 요인과 동시에 부정적인 요인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선교에 영향을 결정적인 요인이 인구증가다. 인구의 배가시간은 점차 기하학적으로 줄어들었고, 현재의 증가량을 보며 예상할 때, 2025년경에 약 78억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선교나 전도의 증가율이 이런 폭발적인 인구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전 세계 인구 가운데 그리스도인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반()세계복음화 상황 가운데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도시화 현상이다. 20세기 초에 도시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4%에 불과했지만, 20세기 말에 도시 인구는 인구의 47%를 넘어섰고, 100만 명 이상의 도시는 405개로 늘어났다. 2025년에는 도시 인구가 59%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화는 한편으로 세계복음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또 다른 선교의 위기상황을 제공한다.

 

또한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에 위치한 고든 콘웰대학교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도에 이르면 기독교가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이지만, 2위인 이슬람의 약진으로 그 차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1970년에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차이가 17.6%였으나 2020년에는 9.4%로 그 차이가 미세해, 앞으로 이슬람을 경계하고 기독교가 정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종교 인구 3위는 힌두교(14%), 4위는 불가지론자(8.9%)였으며 5위로는 불교(7.1%)가 그 뒤를 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세계 인구의 90%가 종교를 가지게 되는데, 기독교와 이슬람 두 종교 인구만도 57.2%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남반구는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는 반면 북반구는 인구의 대다수가 기독교와 이슬람을 믿고 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는 남반구의 기독교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콘웰대학교 연구소는 1970년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기독교 인구가 41.3%였지만, 2020년에는 이 대륙의 64.7%가 크리스천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남반구의 선교사 파송 숫자 역시 북반구에 비해 증가하고 있었다. 대륙별로 살펴보면 2020년에는 라틴 아메리카가 인구의 92.1%가 크리스천으로 6개 대륙 중 가장 많다. 그 뒤는 유럽(78%), 북아메리카(76.9%), 오세아니아(73.3%)가 이었다. 쇠퇴의 길로 가고 있다는 유럽은 1970년에 비해 3%가 증가했고, 라틴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오세아니아는 오히려 크리스천 인구가 줄었다. 유럽의 개인주의와 북아메리카의 무신론자 증가, 오세아니아의 세속화 등이 그 이유로 조사됐다. 아시아는 전체의 9.2%만이 크리스천이지만 19704.5%에 비해 2배 이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중국 복음화의 영향이 큰데, 1970년에는 나라별 기독교인 숫자에서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중국이 2010년에는 5위를 차지했으며 2020년에는 3위로 뛰어오른 것에 기인한다. 중국은 전체 인구의 10.6%만이 크리스천임에도 3위를 차지해 앞으로의 부흥을 더 기대하게 했다. 2020년 가장 기독교인이 많은 나라는 미국(26000만 명)에 이어 브라질(19000만 명)1970년과 변함이 없었다. 3위는 중국(14000만 명), 4위는 멕시코(12000만 명), 5위는 러시아(11000만 명) 순이었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 1970년에 10위 안에 들었던 유럽 국가들은 2020년에는 순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고, 콩고,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이 대거 10위 안에 등장해 아프리카의 성장이 눈여겨볼 부분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기독교는 선교와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빈곤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의 15.5%가 빈곤한 상황에 놓여있고, 2010년에는 어린이 5명 중 1명이 평균체중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구제와 섬김의 정신을 가진 기독교가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로 성장했으면서도 이들의 비율을 크게 줄이지 못했다는 것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소명을 저버리고 말았다는 뜻이다. 연구소 측은 기독교인은 앞으로 비그리스도인과의 접촉점을 넓히며,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직접 보여줄 때라고 설명했다.

 

20세기 들어서서 기독교 선교가 놀라운 성장을 했지만, 이에 반해 타종교들도 커다란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이슬람은 100년 전에만 해도 전 세계 인구의 12%정도를 차지했으나, 서구 식민 통치 기간에 그 종교적 세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이 서구화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 이제는 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며, 그 성장속도가 최근에는 기독교의 2배를 넘고 있다. 힌두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선교의 대상이다. 또 하나 세계복음화에 장애가 되는 것은 세속화와 물질적 빈곤이다. 전 세계의 경제적 성장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한 빈익빈 부익부 편중 현상을 낳았다. 과거 이전 어느 시대보다 부해지고 안정해진 부유층은 점차 영적인 문제에 관심을 잃어가는 세속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동시에 빈민층은 더 생존을 위해 급급하지 않으면 안되는 극한 상황이다. 오늘날 거대한 빈곤이 지구를 덮고 있다. 빈민들은 우선 영적인 관심보다는 선교사들에게 빵을 원하는 이들이다. 극한 빈곤은 선교의 문을 열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실제 복음전도의 과정을 어렵게 만들어 주는 주요요인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는 교회역사 중 어떤 시대보다 더 세계복음화의 과업을 종료시킬 수 있는 실제적 가능성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흔히들 교회역사에서 가장 커다란 부흥의 시기는 초기 500년 동안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된 시기는 바로 20세기였다.

 

서구학자들은 기독교의 구심점 혹은 무게 중심이 서구에서 비서구 지역으로 옮겨 갔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데, 우선 기독교를 2000년 교회 역사 가운데서 마침내 진정한 의미의 세계종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커다란 선교적 의미는 세계복음화라는 영적 부담의 상당한 부분이 서구교회에서 제2/3세계 교회로 나누어졌다는 것이다. 2/3세계 교회는 성숙한 전략적 동반관계가 형성 되어야 하며, 필요한 영역에서 겸손히 서구 교회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이를 다시 재생산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2/3세계 교회 간에 적극적인 협력이 있어야 한다.

 

20세기에 이루어진 정보 및 기술의 발달은 이전 교회 역사 중 어느 시대에도 가져보지 못한 커다란 선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네트워크를 통한 기도의 전략화는 20세기 선교의 변화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일 중의 하나이다. 현재 투여되고 있는 전도활동의 양만으로도 실제로는 세계복음화를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정도다. 문제는 적절한 분배가 아직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선교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성숙이 필요하며, 이것이 선교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74년 로잔대회에서 미전도종족 개념이 선교계에 소개된 이후, 전 세계의 교회와 선교단체가 협력해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시작했다. CCC, Wycliffe, YWAM, IMB, Jesus Film 등의 선교단체들은 연합해서 미전도종족 선교를 위한 FTT(Finishing The Task)를 구성했다. 지난 201912월 미국 LA의 새들백교회에서 열린 FTT(Finishing The Task) 대회에서 전 세계 모든 종족에게 복음이 거의 전해졌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기독교인 인구는 늘어나지 않았고, 비기독교인 인구가 줄어들지도 않았다. 세계 기독교인 인구의 감소와 비기독교 인구의 자연적 증가로 인해 세계의 기독교인 비율이 줄어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세계 선교의 상황 속에서 미전도종족 선교에 힘써 왔던 FTT는 전략적 선교 과제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각 종족마다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가르치며 양육을 담당하는 자기 종족의 사역자들과 교회를 세우도록 한 것이다. 각 종족이 선교적으로 자립하고 재생산하면서 스스로 교회를 세우는 운동을 미전도종족 선교의 다음 과제로 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