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인 선교 개념의 등장-교수 주태근
선교학 강의록(5) : 교수 - 주태근
7. 총체적인 선교 개념의 등장
세계교회협의회 산하의 레슬리 뉴비긴이나 비써트 후프트 그리고 칼 하텐스타인 등은 전통적인 교회설립을 중시한 선교를 부인하지 않았고, 이것을 선교의 중요한 목표로 여겼다. 이들은 하나님의 선교학 사상을 가진 호켄다이크나 에밀리오 카스트로 그리고 사마르타 등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이들의 입장은 인도의 마드라스 대회에서 확대 전도 개념을 발표한 존 모트의 입장과 거의 동일하다.
1975년 영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신학자인 존 스토트는 『현대 세계 속에서의 기독교 선교』 (Christian Mission in the Modern World)라는 그의 책에서 전통적인 선교 개념으로서의 선교 ‘Missions’와 세계교회협의회의 온건한 복음주의 입장에 선 신학자들의 선교 개념인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 즉 ‘missio’의 개념 대신에 총제적인 선교인 ‘Holistic Mission’을 주장하였다. 영어의 ‘Holistic’ 이라는 말은 유기체적인 의미가 있는데, 이것은 선교사명에 있어서 전도적인 명령과 문화적인 명령 즉 사회적인 책임이 서로 구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체적으로 결속되어 있다는 의미가 있다. 스토트는 왕국 신학적 측면에서 선교를 교회의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의 사명으로 보았고, 이것은 전도적인 명령과 문화적인 명령의 동등한 비중으로서의 총제적인 선교를 의미하였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1974년 로잔 세계 복음화 대회에서의 그의 입장과 대조되는 견해였다. 로잔 대회에서는 스토트는 복음전도를 우선으로 하지만 문화명령을 선교의 본질로 보는 선교 개념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로잔 언약문은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한 주제로 다루면서 전도와 사회적 책임은 나눌 수 없는 기독교인의 의무이요 말씀과 행위의 관계로 규정하였다. 스토트의 총체적인 선교 개념은 복음주의 교회진영 안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특히 남미 교회를 대변하는 올란도 코스타스와 르네 파딜라 그리고 사무엘 에스코바르는 이것을 적극 환영하였다.
그러나 독일의 튜빙겐 대학의 선교학 교수인 피터 바이엘하우스는 이런 스토트의 견해를 그리스 역사 속에 나오는 트로이성의 목마의 함정으로 보았고, 결국 세계교회협의회의 선교 개념인 하나님의 선교의 영향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였다. 미국 달라스 신학교의 선교학 교수인 조지 피터스도 그의 대표적 저서인 『선교의 성서신학』에서 문화적 명령이라는 말은 성경에 없으며 선교의 목표는 복음전도를 통한 교회설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스토트의 입장을 반박하였다. 그러나 하비 콘은 언약신학의 관점에서 언약증거와 언약책임을 양분할 수 없는 교회의 선교사명이라 보고, 총체적인 입장에서의 스토트의 선교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무엘 에스코바르와 존 드라이버도 『기독교 선교와 사회정의』(Christian Mission and Social Justice)라는 그들의 저서 속에서 멘노나이트 신학에 있어서 복음에 대한 전적인 헌신과 성경 속에 나타난 가난한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은 결국 선교를 총체적인 입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세계 복음주의 친교회의 총무였던 월드론 스코트는 그의 책인 『정의를 드러냄』(Bring Forth Justice)에서 선교의 개념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이것은 대위임령에서 비롯되었고 그 내용은 복음선포와 제자삼음과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것이다. 그도 역시 총제적인 선교 개념을 옹호하고 있다.
로잔 복음화 대회가 끝난 이후에 1982년 미시간 그랜드 래피드에서 로잔 산하의 신학 및 교육분과 위원회와 세계 복음주의 친교회의 윤리 및 사회분과가 후원하는 『전도와 사회적 책임간의 관계에 대한 협의회』(Consultation on the Relation ship between Evangelism and Social Responsibility)가 열렸다. 여기서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마치 결혼관계와 같은 선교의 동반자가 된다고 하였다.
전도와 사회적 책임간의 세 가지 관계모델을 제시하는데 첫째는 사회적 활동은 전도의 결과라는 입장과 둘째는 사회적 활동은 전도의 교량역할을 한다는 것과, 셋째는 첫째와 둘째의 입장을 인정하면서도 하나를 더 보완하여 사회적 활동은 전도의 동반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 협의회에서는 보완된 동반자의 관계를 옹호하였고, 1974년 로잔 복음화 대회에서의 전도의 사회적 책임보다 우선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하면서도 하나님의 구원의 전인성을 강조하였다.
1983년에 세계 복음주의 친교회가 주관하고 로잔의 전략분과 위원회가 후원하는 휘튼에서 “인간의 필요에 부응하는 교회에 관한 협의회”(Consultation on the Church in Response to Human Need)가 열렸다. 이 협의회에서 논의된 바는 하나님의 주재권을 강조하였으며 그의 통치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혼뿐 아니라 모든 피조 세계의 영역에 미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현재의 성취와 도전과 고난을 통과하고 또한 미래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완성될 종말론적인 하나님의 나라를 대망하기도 하는데 이 양자가 서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교회의 선교는 하나님의 주재권을 확신하면서 그의 변혁케 하시는 역사 속에서 현재의 모든 상황을 변화시키되 이것은 사회,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회의 교회의 선교관은 왕국 신학적 입장에서의 복음의 전인성과 포괄성을 강조하는 총체적인 선교의 입장이었다. 이런 일련의 복음주의 진영 안의 총제적인 선교에 대한 신학적 정립은 결국 1989년 로잔 두 번째 복음화 대회가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열렸을 때 마닐라 선언문에서 ‘검증된 복음’(The Authentic Gospel)이라는 용어를 등장하게 만들었다. 이 뜻은 전도적 명령이 기능적인 측면에서 우선권이 있으나 신학적으로는 복음은 말씀과 행위로서 증거되어야 하고 복음은 구체적으로 선한 행실도 포함되기에 이것은 분리될 수 없는 총체적 복음이며 그 영역 안에 전도와 사회적인 책임의 동등한 자리 매김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이 서구의 복음주의 진영의 선교학자들은 1974년의 로잔 복음화 대회 시의 선교 개념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1989년의 로잔 두 번째 대회 시의 총체적인 선교 개념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크게 둘로 양분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선교 개념의 차이는 결국 선교현장에서 선교 전략이나 선교정책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