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의 축복(막6: 30-34)
쉼의 축복(막6: 30-34)
목사 주태근
현대문명의 한 가지 분명한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스피드’입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단 한번의 클릭으로 전 세계를 접속하여 온 세계의 정보를 한순간에 공유할 수 있는 정보시대 속에 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인 빌 게이츠가 "생각의 속도"란 책을 통해서 앞으로의 시대는 속도가 삶의 성패와 운명을 좌우할 것임을 설파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작가 이어령은 「신한국인」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 책에 보면 지난날의 한국인과 오늘날의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밥 세대’와 ‘라면 세대’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이 두 세대의 차이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속도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전 우리의 어머니들과 아내들은 밥을 짓기 위해 뜸을 들이고 또 늦게 들어오는 남편과 자녀들을 위해서 밥을 아랫목에 묻어 둡니다. 이러한 모습에서 한국인의 어머니와 아내의 따뜻한 기다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대가 잘 먹는 라면은 끓여 먹는데도 시간이 걸리지 않고 아주 간편합니다. 그리고 금세 불어버리기 때문에 누구를 기다려 줄 수도 없습니다. 스피드가 지배하는 문화생활입니다.
문명이 발달하기 전 사람들은 마음과 시간에 여유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동네 사람들이 한집에 모여 새끼 꼬며 짚신을 엮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서 살았습니다. 물론 시계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농경 사회가 산업화 사회로 바뀌어 지면서 사람들의 마음과 삶에는 여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이 정한 시간 따라 움직이고, 격심한 경쟁 속에서 먹고 먹히는 긴장 속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쉼'이라든지 '생활의 여유'라는 단어는 점점 사라지고, 과도한 스트레스만 쌓이는 삶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온 세계와 경쟁하면서 살아야만 합니다. 그 때문에 그 힘겨움은 날이 갈수록 심해집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사람들의 구하는 바는 안식과 위안 그리고 휴식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산으로 들로 바다로 떠나기 위해 계획을 세웁니다. '휴가'를 프랑스에서는 "바캉스(vacance)"라고 말하며, 영어로는 "버케이션(vacation)"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비운다(to vacate)"라는 동사에서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휴가란 가득 찼던 것을 '텅 비움'을 말하는 것입니다. 삶의 한 순간에 쉼표(,)를 찍는 것과 같이 잠깐 쉰다는 의미입니다. 삶도 쉼표가 있는 노래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잠을 자지 않고 몰두하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칭송을 받습니다. 쉼 없이 일하는 것이 성실한 것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들숨 없는 숨쉬기는 죽은 것처럼 쉼 없는 일은 죽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날 미국서부개척 시대에 있었던 일 중 하나입니다. 금을 얻기 위해 서부로 동부 사람들이 이동을 많이 했습니다. 대부분 말을 타고 가는데 빨리 가서 자리 땅을 차지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니까 모두들 서둘러서 달려갑니다.
그 중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서둘러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강행군하여 가던 사람들과 6일 이동하고 하루 쉬면서 재충전하며 가던 사람들입니다. 전자의 사람들은 쉬지 않고 가다가 중간에 병이 나서 결국 많은 금과 땅을 차지하려던 목적을 이루지 못했고, 후자 사람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이동했기 때문에 목적하던 곳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캐나다의 영성신학자 유진 피터슨은 만약 ‘일과 쉼’ 중에서 어떤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면 ‘일이 아니라 쉼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바쁜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쉬면서 하는 일, 인생의 근본을 생각하며 시간을 음미하는 것이, 일하면서 이뤄지는 것보다 훨씬 인생에서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이라는 겁니다.
고든 맥도날드 목사님의 저서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성장”에서 ‘병든 사람의 삶의 증상’을 두 가지로 말해주는데 첫째는 목적 없는 분주함이며, 둘째는 하나님을 묵상함으로 자신의 영혼을 정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없을 정도의 빽빽한 스케줄입니다.
바쁘다고 성숙한 인생이 아닙니다. 쉬면서 삶을 점검하면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이 성숙한 인생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사역하시다가 격무에 시달리며 애쓰고 수고하는 제자들에게 쉴 것을 권유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몸의 구조는 하루 24시간 속에서 5-8시간은 잠을 자야만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한 주간 속에서 엿새 동안 힘써 일하고 하루는 안식하며 새로운 힘을 축적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고 무리하게 될 때 몸에는 피로가 오고 심하면 여러 질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쉼이란 절대 필요한 것입니다. 쉬는 것은 피곤한 육이나 정신이 새 힘을 얻게 하여 일의 능률을 극대화하는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쉼은 다음 일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음 일을 위한 휴식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쉼이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매우 미련한 사고이며 매우 비생산적인 삶의 형태입니다. 우리는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잠깐 쉬라고 명령하신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우려야 합니다.
일과 쉼은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세계보건 기구에서 나온 보고서에 의하면 「사람은 놀고 있을 때 체력이 더 소모 된다」라고 말합니다. 일할 때 는 소모된 만큼의 에너지가 재생산됩니다. 그러므로 노는 사람이 더 빨리 죽는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중독에 걸려 휴식을 모르는 것도 문제입니다. 할메니지 박사는 "휴식할 줄 모르는 사람은 일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은 쉴 줄도 압니다. 쉼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삶의 원동력입니다. 링에서 싸우는 권투 선수가 3분을 싸우기 위해 1분을 쉽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두 가지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일과 휴식’입니다. 이 두 가지의 조화와 균형 속에서 인간의 행복과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축구경기나 농구경기를 보면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럴 때 전반전이 끝날 때면 심판은 그 신호를 알리려고 합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영어로 하프타임이라고 말합니다. 운동경기의 휴식시간입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 마냥 휴식만 취하기만 한다면 후반전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가 없습니다. 하프타임은 전반전을 돌아보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창조적 휴식시간, 즉 작전타임인 것입니다. 인생에도 창조적 휴식이 필요합니다.
농구경기를 관람하다 보면 경기가 중단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선수들의 반칙 때문에 심판이 중단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작전을 짜기 위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는 짜증이 날 시간인지 모르지만 선수들에게는 그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때 물도 마시고 땀도 닦으면서 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이 너무 잦아서는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는 있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습니다. 이기기 위한 휴식과 힘을 보충할 수 있는 휴식입니다.
이런 시간은 비단 운동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만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일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그러나 적당하게 쉬도록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휴식은 하나님이 만드신 삶의 원리입니다. 성경은 인간들에게 세 가지로 휴식할 것을 명하셨습니다.
먼저, 안식일입니다. 하나님은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은 안식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인간들에게 안식일은 복을 주사 거룩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사 아무리 일을 하셔도 피곤치 않으신 분이지만 우리에게 휴식과 쉼의 본을 보여주시기 위해서 안식하신 것입니다.
안식일에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의 몸을 위한 휴식입니다. 육은 육입니다 기계가 아닙니다. 육의 건강을 위해 육은 쉼의 시간을 가져야합니다. 또한 영혼의 휴식입니다. 인간은 영혼의 휴식을 위해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고 말씀 듣고 성령으로 충만하고 하나님을 섬기라는 것입니다. 영적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교통으로 새로운 능력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또한 안식년입니다. 안식년은 7년마다 일 년 정도 쉬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 때는 밭도 쉬게 하고 노예도 자유롭게 쉬게 합니다. 재충전의 기회입니다. 6년 동안 에너지 소모되었기에 재충전이 필요합니다.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해야합니다.
또한 희년(稀年)입니다. 50년째 되는 해입니다. 희년은 노예와 토지와 가난한 자의 빚을 사면하고 해방시키는 위대한 해로 노예가 된 인간과, 빚 때문에 빼앗긴 땅과 빚 자체에 관해 모든 경제적 사면을 합니다. 해방과 자유의 해입니다.
이법은 토지 소유의 무한한 팽창을 금지하고, 잃었던 집을 되찾고, 무겁고 괴로운 부채에서 해방되고, 절망적인 노예상태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을 향유하는 사회를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일정한 때를 따라 휴식하는 것은 하나님의 법이요, 우주의 법칙입니다. 짐승들도 일정한 기간 휴면기(休眠期)가 있고, 누에도 어느 기간이 되면 잠을 자며, 나무들도 겨울이면 쉬게 됩니다.
하나님이 지구를 만드실 때 낮과 밤이 교차하게 하셔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우리의 손은 힘이 빠지고 두 눈이 감기게 하셔서 쉬게 하십니다. 너무 과로하는 자에게는 몸살을 주셔서 강제로 쉬게 하심으로 건강의 리듬을 회복하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대단히 바쁜 제자들에게 "한적한 곳에 와서 잠깐 쉬어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 몸은 영혼과 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맑은 영혼과 건강한 정신을 지녔다 할지라도 또,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졌다 할지라도 그것을 담는 그릇인 몸이 건강치 못하면 그 기능은 발휘되지 못합니다.
우리 인간은 쉼의 영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영성이란 참된 인간이 되게 하는 빛입니다. 참된 영성은 참된 인간의 길을 가도록 하고, 거짓된 영성은 잘못된 인간의 길을 걷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쉼을 통해 참된 영성을 회복해야합니다. 본문에서 한적한 곳은 죽어 가는 영성을 회복하라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삶의 현실에서 영적으로 고갈되고 지친 사람들, 그릇된 확신과 세속적인 우상의 지배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한적한 곳입니다.
또한 한적한 곳은 단순히 군중으로부터 떠난 조용한 장소를 의미하기 보다는, 참된 영성을 회복하는 삶의 자리를 의미합니다. 예수님 당시 그 시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민중들은 영적으로 매우 고갈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유대 종교도 있었고, 헬라 철학도 있었고, 로마의 찬란한 세속 문명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저자 마가는 그 시대 사람들은 거기서 그것들을 뒤로하고 외딴 곳, 한적한 곳, 문명권에서 떨어진 곳으로 나왔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곳에는 예수님께서 계신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그들의 고갈된 영을 은혜의 이슬로 촉촉이 적실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그들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먹던 빵과 물고기를 먹었지만 그 양식은 전에 그들이 먹던 양식과는 달랐습니다.
그 양식을 통해서 그들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보내신 메시아를 보게 되었고,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생명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광야의 식탁은 그 시대 민중들에게 하나님께서 그들을 위해 마련해 주신 은혜의 식탁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은 천상세계로 끌어올려 우리를 천사로 바꾸어 놓든가, 신적 존재로 변형시키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로 찾아오셔서 문제가 많은 현실에서 하나님과 함께 그 많은 문제를 해결해 가며 현실을 살아가도록 이끄십니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욕망, 그릇됨, 영웅심, 편견, 거짓, 이중성, 마술적 심성에 사로잡혀 그릇된 길로 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현실을 떠나서 한적한 곳으로 가서 자신의 영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금년에도 우리는 여름수련회를 맞이합니다. 쉼을 통한 영성을 회복하기 위함입니다. 한적한 곳으로 나가 영성의 은혜를 덧입기 위함입니다. 쉼의 시간을 가집시다. 영적으로 재충전이 필요합니다.
지난 날 기독교포탈사이트에서 2,3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회 여름행사’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63.6%가 여름행사를 통해 ‘영적 성장’을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캠프는 역시, 영적인 깨달음을 얻은 캠프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하나님과의 진정한 만남을 소망한다면 하나님의 임재를 반드시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교회 역시 여름행사가 있습니다. 남의 일로 생각지 마시고 나의 일로 맞이하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원합니다. 아동부은혜켐프, 학생부수련회, 장년부수련회 등에 참여하여 영적인 재충전의 은혜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28-30)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