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역사서 설교원고

열두돌의 기념비(수4:1~9)

주 바나바 2019. 10. 8. 13:41

열두돌의 기념비(4:1~9)

 


주 바나바


현대인은 바쁘게 살아갑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건망증이 심해집니다. 어느 주부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데 냉장고에서 전화벨 소리가 작게 들립니다. 그래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그 안에 자기의 핸드폰이 있었습니다. 요리하다가 전화 통화를 끝낸 후 그 때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냉장고 안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는 사람은 대개 몇 번은 자동차 키를 차 안에 두고 문을 잠가서 애를 먹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아파트 열쇠를 집 안에 두고 서둘러 주차장으로 가다가 집 안에 열쇠를 두고 온 것이 생각나서 가던 길 멈추고 문도 못 열고 곤욕을 치른 적이 나름대로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의사는 수술 받은 환자가 수술 부위가 자꾸 아프다고 하니까 다시 진찰해 보니 배 안에 수술 가위가 들어 있었습니다. 개복후 가위를 배 안에 둔 채로 닫았기 때문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일을 끝내고 주차장에 가보니 아무리 찾아도 차가 보이질 않습니다. 주차 위치와 번호를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망각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기억 자체를 잃어버리는 완전 망각과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뇌에 저장되어 있지만 인출이 되지 않는 유실 망각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망각곡선을 만들었습니다.

 

사람은 학습한 지 20분이 지나면 42%의 기억이 사라지고, 한 시간 후에는 56%, 하루가 지나면 66%, 일주일 후에는 75%, 한 달 후에는 80-90% 이상을 잊게 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단어가 영구기억단계로 가려면 특별한 자극이 없는 경우 각기 다른 상황에서 15회 정도의 반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기억을 잘하려면 한 시간 내에 다시 외우면 하루 동안 기억이 지속되고, 하루 지난 후 다시 외우면 일주일 동안, 일주일 후에 다시 외우면 한 달, 한 달 후에 다시 외우면 6개월, 6개월 정도 기억이 지속되면 장기기억상태에 접어들고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잠깐 회상만 해도 영구기억상태가 된다고 합니다.

 

기억은 관심을 가져야, 절박해야, 재미있어야, 강하게 입력해야, 기억하려고 해야 잘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이런 속성 때문에 기념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기념일을 지키는 이유는 그저 선물이나 주고받고, 외식 한 끼 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첫사랑을 기억하여 영원히 사랑하자는 뜻입니다.

 

오늘 말씀에는 요단강을 건넌 날을 잊지 말고 기념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본문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 저편지역인 모압 평지를 떠나서 요단강을 성공적으로 도하하여 드디어 가나안 본토를 밟게 된 직후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그것은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의미 깊은 순간입니다.

 

왜냐하면 그 요단강 도하를 기점으로 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40년의 광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본격적인 가나안 정복을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역사적인 순간에 어떤 기념물이 없을 수는 없었는데, 그것이 바로 열두 돌 기념비입니다.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12돌로 세운 기념비에 대한 부분입니다. 우선 왜 제사장들이 섰던 강바닥에 기념비를 세우라 하셨을까? 4:18절을 보면 제사장들이 요단강에서 나와 가나안 땅을 밟자마자 요단강물이 다시 흘러 원래 강물모습 그대로 됐습니다. 이것은 강바닥에 세워둔 12돌 기념비는 강물에 잠겨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기념비를 세우면 누구나 늘 잘 볼 수 있게 해야 할 텐데 왜 물에 잠겨서 보이지 않게 될 기념비를 세우라 하셨을까요? 쉽게 납득하기 힘듭니다. 장로교 창시자이며 개혁가인 요한 칼빈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이 기념비는 비록 보이지는 않을 지라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 가운데 세워진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저들이 요단강을 볼 때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안에 세워져있을 기념비를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간혹 건기 때 수심이 낮아져 그 기념비의 꼭대기가 보이게 되면 그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리가 있는 해석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눈에 보이는 기념비 자체보다도 이스라엘 백성 마음속에 기념비를 세우고자 했습니다. ‘영구기억입니다. 일시적으로 기억했다가 잊어버리는 완전망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행하신 그 놀라운 역사를 마음속에 두고두고 담아두게 하시고자 하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왜 기념비를 세워도 그렇게 초라하게 세우라 하셨을까요? 강바닥에 그렇게 큰 돌들이 많이 있을 리 없고, 그리고 한 사람이 어깨에 멜 정도의 돌이면 그렇게 큰 돌이 아닙니다. 그저 작으면 농구공 정도 좀 크면 자동차 타이어 정도일 것입니다. 이 정도 크기의 돌 12개를 쌓아 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이란 이라크에 있는 지구라트와는 정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초라한 돌들입니다. 가까이 가서나 누군가가 돌을 세워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고, 아는 사람들이나 기념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초라한 기념비를 세우라 하셨을까요?

 

만일 거대한 기념비를 세웠다면 그것을 세운 사람의 업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 위용이 대단하게 되면 그 자체가 우상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기념비를 세우되 소박하고 초라할 정도로 세우게 하신 것은 기념비 자체보다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두고두고 그 의미를 새기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속에 두고두고 새기게 하신 이 열두 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기념비를 세우게 하신 목적이 무엇일까요? 본문 4:6을 보면 이것이 너희 중에 표징이 되리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표징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원어 오트”(Oth)를 번역한 말입니다. 오트란 말은 표시, 증거, 징조 등의 뜻으로 쓰입니다. 이 의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에 사용된 기사를 참조하면 더욱 도움이 되겠습니다. 구약성경에 이 오트라는 말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특별히 창 17:11입니다. “너희는 포피를 베어라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의 언약의 표징이니라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후손 곧 이스라엘 백성의 하나님이 되시고, 또한 이스라엘 백성의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라는 언약입니다.

 

이 언약을 마치고 표징으로 할례를 받게 하셨습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기들 몸에 이 언약의 표징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할례 받은 자기 몸을 보면서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이고 나는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마음속에 깊이 다짐하게 됩니다. 여기에 표징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제 이 열두 돌의 기념비를 바라보게 됩니다. 이 돌 하나하나가 저 시퍼렇게 흐르는 요단강 깊은 바닥에 있던 돌들입니다. 누가 저렇게 흐르는 물 깊은 바닥에서 큰 돌을 그것도 12개씩이나 가지고 나올 수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흐르는 요단강물을 멈추게 하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 열두 돌을 바라볼 때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친히 요단강물을 멈추게 하셔서 자기들의 앞길의 장애물을 제거해 주셨음을 다시금 확인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요단강물을 멈추게 하셨던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지금도 자기들과 함께 하셔서 앞길을 인도하시고 계심을 믿고 고백했을 것입니다.

 

바로 이 열두 돌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표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이 두려운 마음으로 가나안 땅에 들어섰습니다. 위대한 지도자 모세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직 지도자로서 검증되지 못한 여호수아의 영도를 받아 가나안 땅에 들어왔습니다. 이 표징은 여호수아를 믿고 따라도 될 모세와 같은 지도자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나안 땅에 들어왔지만 가나안 7족속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상황입니다. 난공불락의 성을 지어놓고 결사항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자기들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표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이 가나안 땅을 점령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습니다.

 

요단강을 멈추게 하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런 믿음의 표징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는 표징이 있어야 합니다. 내 앞을 가로막는 그 어떤 장애물도 극복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는 표징이 필요합니다.

 

또한 하나님을 기억할 때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 사건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인생 가운데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날과 때와 장소가 있습니다. 그 사건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눈물 흘리면서 회개했던 그날, 소명을 받았던 그날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서 말할 때에 크게 두 가지 개념을 가지고 말합니다. 먼저, 숨어계시는 하나님입니다. 하나님께서 숨어계신다는 것은 인간의 이성과 지혜로는 모두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에 대해 모두 아는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숨어 계시는 하나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타내시는 하나님입니다. 숨어계시는 것 같으면서도 하나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십니다. 다른 말로 하면 계시하시는 하나님입니다. 하나님께서 숨어계시지만 자기 자신을 드러내실 때 하나님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때 사람들은 하나님을 경험하게 됩니다.

여호수아 3장과 4장에 기록된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신을 나타내셨습니다.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놀라운 사건이 그들 가운데 일어났습니다. 하나님의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른 땅을 걸어서 요단강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때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사건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신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하나님을 기억하라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셨던 사건을 기억하고, 늘 하나님을 생각하고 기념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본문 4:7을 보면 이 돌들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영원히 기념이 되리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기념이라는 말은 히브리어 원어 지카론”(Zikaron)을 번역한 말입니다. 이 말은 어떤 사실을 마음에 떠오르게 하거나 나타내는 대상이나 행위를 뜻합니다.

 

구약성경에 이 지카론이라는 말이 여러 번 나오는데 한 예를 들면 출 12:14입니다. “너희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킬지니라하나님께서 저 놀라운 출애굽의 역사를 일으켜 주신 것을 기념하기 위해 유월절을 지키게 하셨다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 백성은 유월절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습니다. 유월절을 지키면서 수천년 전 일어났던 저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면서 자기들이 누구이고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새삼 다짐하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념이라는 말은 신앙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기념이라는 말을 설명하시면서 앞으로 오고 오는 이스라엘의 후손들을 염두에 두라 하셨습니다. 장차 이스라엘 후손들이 이 돌 앞에 와서 이 돌들은 무슨 뜻입니까?”라고 묻게 하고 이에 이렇게 답을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이 마른 땅을 밟고 이 요단을 건넜음이라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요단 물을 너희 앞에서 마르게 하사 너희를 건너게 하신 것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 앞에 홍해를 말리시고 우리를 건너게 하심과 같았나니

 

후손들에게 여호와 하나님을 어떻게 믿고 섬기며 살아야 할지를 잘 가르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도 우리 자녀들에게 우리의 믿음을 기념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 가정이 대를 이어 믿음의 가정으로 든든히 서게 해야 합니다. 우리 가문이 믿음의 명문 가문이 되게 해야 합니다.

 

무엇을 유산으로 물려주시겠습니까? 재산만 유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재산보다 더 중요한 유산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바로 믿음의 유산입니다. 자녀들에게 두고두고 기념할 만한 믿음의 유산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표징과 기념의 목적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사건을 일으키신 목적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와의 손이 강함을 알고, 여호와를 경외하게 하려고 요단강을 건너는 사건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을 알도록 사건을 일으키십니다.

 

여호와는 강하신 분이십니다. 사막에 길을 만들고 광야에 길을 만드신 하나님을 깨닫게 하기 위해 그런 사건을 일으키셨습니다. 오늘 본문24절 결론에서 땅의 모든 백성은 이스라엘 백성도 포함하지만 가나안땅에 사는 모든 백성을 포함합니다. 정확히 원문을 보면 가나안땅에 사는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은 강한 손을 가지고 있고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 그런 사건을 일으키셨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선교의 목적으로 그런 사건을 일으키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슬프고 낙망하고 절망하는 사건으로 끝난다면 그 어찌 하나님의 사건이겠습니까? 그 사건 가운데서 희망을 가지고 소망을 가지고 이긴 놀라운 경험이 하나님의 사건이고, 더 나아가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 하나님은 살아계시는구나. 하나님은 전능하시구나. 하나님은 길을 여시는 분이구나. 하나님은 절대로 한 사람을 놓지 않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놀라운 역사가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닥친 하나님의 사건을 통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는 놀라운 역사가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은 자신을 경외하게 하기 위해서 사건을 일으키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십자가를 바로 이해하고 알게 하시기 위해 사건을 일으키십니다.

 

성도 여러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단강 사건을 기억하면서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인 십자가 사건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사건을 너희가 기억하고 대대손손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의 인생 가운데 하나님의 사건이 충만하게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놀라운 구원사건을 일으켜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선포하고 축복합니다. 표징이 일어나 대대로 기념하는 성도들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