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학 강의록

공동성서일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교수 주태근

주 바나바 2022. 10. 15. 10:11

 

예배학강의록(11)-교수 주태근

 

. 공동성서일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

 

대강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오순절 등 여섯 절기로 이루어져 있는 교회력이 예배때 말씀 선포의 근거라고 한다면, 성구집은 그 교회력에 근거한 말씀 선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최근 전 세계 개혁교회의 예배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는 공동 성서일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를 채택하여 예배에서의 설교의 기초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한국중공업 현장 한중교회(3국인연합) 제직기념

1. 성서일과의 역사적 발전

 

성서일과는 그 기원이 유대의 회당예배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왜냐하면 예배 가운데 성경말씀을 체계적으로 읽는 모습은 유대교의 회당에서부터 이미 있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당예배의 영향을 받은 초대교회도 어떤 형태의 성서일과를 가지고 있었던 듯하며, 4세기에 이르러는 그 형태가 비록 오늘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정된 규례와 절기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에게 읽혀지고 있었다. 그 예로 크리소스톰이 389년 안디옥에서 설교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성서일과에 대한 언급이 나타나 있다. “그러면 내가 여러분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여러분 각자가 주의 첫날(주일) 또는 안식일에도 여러분들 사이에서 읽혀질 복음서의 그 부분을 손에 들고, 그 날이(주일) 되기 전에 집에 앉아서 읽어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종종 그 내용들을 깊이 묵상하며 그 부분들을 모두 잘 검토하여 어느 부분이 명료하고, 어느 부분이 모호한지...그리고 각각의 논점들을 한마디로 무엇인지 모두 검토해 본 다음에는 그것이 읽혀지는 것을 듣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초대교회는 그것이 어떤 형태였는지는 모르나 분명히 성서일과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이후의 교회의 역사에 의하면 중세교회는 여러 가지 성서일과는 만들어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교회를 중심한 중세의 교회력과 성서일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력과 성서일과의 본래적인 모습을 잃어버리기 시작하였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구속사를 중심으로 한 교회력의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체 성자들을 위한 교회력과 성서일과로 변질되어 버리고 만 것이었다. 특별히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한 성자숭배 사상은 교회력과 성서일과는 철저하게 비본래적인 것으로 타락시키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종교개혁가들은 이렇게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교회력과 성서일과를 배격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19세기말에 들어와서 장로교의 본산인 스코틀랜드 교회가 예배회복운동(The Liturgical Movement)을 일으키게 되면서 초대교회 때부터 있어왔던 교회력과 성구집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었다. 그리하여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는 처음으로 교회의 예식서(1940)에 초대교회의 교회력에 합당한 성서일과를 채택하게 되었다. 이것은 유명한 천주교회의 성서일과(Lectionary for Mass, 1969) 보다도 무려 30여년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 공동성서일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의 시효이다. 그 당시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는 영국 교회가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성자축일들을 배제하고, 초대교회에서 만들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통한 구속사와 연관된 원래의 교회력을 회복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따른 성서일과를 만들었는데, 이 성서일과는 52주의 주일 낮예배를 위하여 구약과 서신서, 복음서를 가지고 구성하였다.

 

 

2. 2 바티칸 공의회와 성서일과

 

이렇게 스코틀랜드 장로교회가 초대교회의 교회력과 성서일과는 회복한 후 22년 뒤에 로마 가톨릭교회는 제 2 바티칸 공의회(1962-1965)를 소집하게 되는데, 이 때 로마 가톨릭교회는 모든 분야에서 획기적인 개혁을 이루게 된다. 그 중에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 바로 새로운 성서일과의 제정이었다. 그들은 그 동안 예배예전에서 경시되어 왔던 말씀의 선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자세를 가지고 성서일과는 만들게 된다. “거룩한 전례에 대한 헌장” 51조에 기록된 대로 로마 가톨릭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의 풍성한 식탁을 마련하도록 신자들에게 성서의 보고를 널리 개방하여, 성서의 중요한 부분을 일정한 연수 내에 회중들에게 낭독해 주어야 한다는 정신 아래 위원회를 조직하였다. 위원회는 5년 동안 전세계의 개신교 학자들의 자문을 구하고, 스코틀랜드 교회의 성서일과를 비롯한 모든 성서일과들을 수집 검토하여 마침내 1969년 성서일과(The Roman Lectionary for Mass)를 만들었다.

이 성서일과의 구조는 원래의 교회력과 성서일과를 회복하기 위하여 예수님의 생애와 구원의 역사에 초점을 두었고, 오순절 이후는 성령의 역사에 의한 교회의 설립과 확산에 관심을 두었다. 3년을 주기로 하여 구성된 이 성서일과는 첫째 해는 마태복음을, 둘째 해는 요한복음과 함께 마가복음을, 셋째 해는 누가복음에 초점을 두어 형성하였다. 구약성경은 복음서의 말씀을 보강하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대조하는데 뜻을 두고 선별하였고, 서신서는 복음서와 관계를 갖지 않은 체 계절을 따라 거의 연속적으로 읽게 하였다.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구속 역사가 진전되는 과정대로 기록되어져 있기에 연속적으로 읽도록 하였다. 서방교회에서는 이 성서일과를 현재 세계 공동성서일과의 모체로 여기고 있다.

 

 

3. 에큐메니칼 성서일과의 형성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서일과 제정으로 말미암아 그 동안 성서일과를 외면한 체, 일정한 규범이 없이 설교자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본문을 선택하던 개신 교회는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설교를 전매특허라도 낸 것인 양 하나님의 말씀을 강조해오던 개신 교회는 그 실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한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서일과는 개신교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고, 많은 개신교 학자들은 이를 환영하였다. 한 예배학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확실히 로마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성서일과는 개신교 설교에 천주교회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것은 마치 개신교의 성서연구가 천주교회의 설교사역에 자극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많은 개신 교회들은 최상의 준비를 거친 가장 종합적인 성서일과이자, 그리스도교의 역사에 가장 훌륭한 성서일과라고 불리는 이 성서일과에 영향을 받기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개신 교회는 설교자의 주관적인 사상과 지식과 기호에 따라 본문이 무작위 적으로 택하여지던 모습에서 벗어난 효율적이고 전반적인 말씀의 선포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가져야 할 필요성과 교회력에 따른 온전한 예배의 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어 성서일과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국의 감독교회(Episcopal Church)가 제일 먼저 그들의 예식서에 약간의 수정을 가한 체 천주교회의 성서일과는 채택하였고(1973), 루터교회가 1978년에, 그리고 미국의 남북 장로교회가 예식서(1970)를 공동으로 내면서 카톨릭 성서일과는 대폭 수정하여 수용하였다. 그 외에 제자교회(Disciples of Christ)와 연합 그리스도의 교회(United Church of Christ)가 장로교회의 예배서에 나타난 성서일과를 채택하였고, 감리교회가 1976년에 같은 골격의 성서일과를 주일 예배 지침서에 공식적으로 실었다.

결국 1970년대에 이르러 개신교 내에는 많은 성서일과가 등장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렇게 여러 개로 갈라진 성서일과를 통일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개신 교회는 1972교회일치를 위한 협의회(COCU-Consultation on Church Union)”를 조직하였고, 그 산하에 공동본문 위원회(CCT-Consultation on Common Texts)”를 두어 모든 교단들이 수용할 수 있는 교회력과 성서일과를 만들 것을 결의하였다. 그 결과 위원회는 1978년부터 4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1982공동성서일과(Common Lectionary)”를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에 9년이라는 실험의 기간을 거친 후 지난 1992년에 드디어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개정판 공동성서일과”(The Revised Common Lectionary)를 만들게 되었다. 현재 이 개정판 공동 성서일과는 전 세계의 개신 교회에서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정장복 교수의 예배와 설교 핸드북을 통하여 소개되어 사용 중에 있다.

 

 

4. 공동성서일과의 내용

 

개정판 성서일과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1) 3년 주기의 교회력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그 날짜의 혼돈을 막기 위해 1991121일 대림절부터 19991128일의 대림절까지의 일자와 1992년 부활절부터 2000423일 까지의 부활절 일자를 명기하였다.

(2) 본 성서일과에서 개혁교회는 모두가 일치된 성서일과는 사용하도록 단일화하였고, 마지막에 부록의 형식으로 개혁교회와 로마 카톨릭, 성공회, 루터교회의 차이점을 명기하였다.

(3) 3년 주기는 공관복음을 가지고, 첫째 주기는 마태복음을, 둘째 주기는 마가복음을, 셋째 주기는 누가복음을 사용하였으며, 요한복음은 사순절과 부활을 강조하면서 세 주기에 골고루 사용하였다.

(4) 본 성서일과는 매 주님의 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복음서가 항상 그 중심이 되도록 하였다.

(5) 본 성서일과는 주일을 중심으로 할뿐만이 아니라, 중요한 절기들과 관련하여 만들어 졌는데, 그 절기의 첫 번째 축은 The Christmas Cycle--대강절, 성탄절, 주현절/예수의 세례일 등이며, 두 번째 축은 The Easter Cycle--사순절, 성주간, 부활절, 오순절/삼위일체주일 등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세 개의 본문들이 절기의 주제에 따라 연관이 있게 선택이 되었다(Lectio Selecta).

(6) 본 성서일과는 주님의 날을 그 자체가 하나의 잔치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주현절 이후에서 사순절 전까지의 주일들과 오순절 이후의 절기에 해당되지 않는 주일들(Ordinary Time)은 계속되는 주님의 날로서의 잔치의 의미를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33주내지는 34주에 해당하는 이 기간 동안에는 공관복음서가 계속적으로 읽혀지도록 하였으며(Lectio Continua), 대부분의 바울 서신들과 요한의 서신들이 읽혀지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서신서들은 그 날의 복음서와 어떤 주제적인 연결을 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의 구약의 본문들은 설화들, 또는 준 연속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래서 마태의 해에는 모세 오경의 족장설화와 모세의 설화들을 읽게 하였고, 마가의 해에는 역사서에서 다윗의 설화를 읽고, 누가의 해에는 역사서에서 엘리야와 엘리사의 이야기와 전체 예언서들을 읽게 하였다. 그리고 오순절 이후의주일 중 뒷부분에 가서는 지혜문학 작품을 읽게 배열하였다. 마지막으로 대림절 바로 앞에는 재림에 대한 강조를 살리기 위하여 묵시문학 작품들을 배열하였다.

(7) 요한복음은 그것의 문학적 특성이 연대기적이라기보다는 절기적이고, 예전적이기 때문에 Ordinary Time때에 읽지 않고, 성탄절과 부활절 주위에 배치하였다. 그러나 요한 6장은 단순히 마가복음이 다른 복음서에 비해 짧기 때문에 마가의 해에 배치하였다.

(8) 특별히 시편은 항상 구약의 말씀과 연관지어서 선택되었기에 구약의 말씀 후에 그 응답으로서 사용되어진다.

(9) 본 성서일과는 부활절기 동안에는 구약성서를 읽지 않도록 배치하였다. 그리고 부활에 대한 초대교회의 증언이 담긴 사도행전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10) 본 성서일과는 설교자들이 제시된 본문들(구약, 서신서, 복음서) 가운데 어느 한 성구만을 가지고 설교를 하든지, 아니면 구약과 복음서를 연관지어 설교할 수 있게 하였다.

(11)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서일과는 이름대로 미사를 위한 성구집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본 성서일과는 말씀과 성례전에 적합한 성격으로 이어가도록 하였다.

그렇다면 이런 성서일과에는 문제가 없는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다음의 문제들은 많은 목회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5. 성서일과의 문제성

 

설교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문제

 

무엇보다 성서일과는 설교자가 설교본문을 선정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흔히 성서일과가 강단의 자유(the freedom of pulpit)”를 구속한다는 비난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다음의 두 번째 문제와 연결이 된다.

 

회중들에 대한 적절한 말씀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는 문제

 

설교자는 누구보다도 회중들의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설교자가 회중의 상황에 맞는 본문을 선정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서일과를 따라 설교할 경우에는 그 회중들에게 오는 주일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를 전하지 못하게 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예배의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문제

 

성서일과를 따라 예배를 계획할 때 본문이 교회력을 따라 주어지기에 예배의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즉 성서일과를 따를 경우에 회중들의 상황이 전혀 무시된 체 예배의 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정 나라의 문화와 절기들과 상충되는 문제(Contextualization)

 

교회력을 따라 만들어진 성구집은 기독교 문화권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문화가 아닌 곳에서 이것을 그대로 적용하려고 할 때, 그 특정문화와 상충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는 양력과 음력을 같이 쓰고 있으며,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는 태음력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태음력에 의한 절기와 그리스도의 구속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회력 사이의 갈등이 있을 수 있는데, 성구집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