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학 강의록(12) :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와 설교(글-주태근)
Ⅵ.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와 설교
20세기에 들어와 전 세계교회의 예배의 현장에 커다란 두 가지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하나는 주의 날에 드리는 예배가 초대교회의 모습대로 말씀과 성찬이 균형 있는 모습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 더욱 최근의 발전된 모습은 로마 천주교회와 개신 교회 모두 예배에 있어서 하나님의 말씀의 사용에 관한 일치이다. 즉 교회력에 따른 세계공동성서일과의 등장과 함께 신구교 모두 예배에 있어서 하나님의 말씀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배 때에 읽혀지고 선포되어질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라고 하는 질문은 설교의 역사와 그 역사를 같이 한다. 왜냐하면 기독교 예배에 있어서 성경말씀이 읽혀지고 선포되어지는 것은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 설교자들이 예배를 마치고 강단을 내려오면서 제일 먼저 갖게 되는 생각은 다음 주 예배의 성경본문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러므로 예배 시간에 읽혀지고 선포되어질 하나님의 말씀을 정하는 문제는 설교자들의 가장 오래된 고민 가운데 하나이다.
1. 성서일과(Lectionary)
종교개혁가 칼뱅은 말하기를 "하나님의 말씀이 신실하게 들려지고 설교되어지는 곳마다...하나님의 교회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교회는 전통적으로 예배에서 읽혀지고 해석될 성경말씀의 선택을 위한 조직적인 체계가 필요하였다. 교회는 그 역사를 통해서 바로 그런 조직적인 체계를 만들어 왔는데, 그것이 바로 성구집이다. 성구집, 즉 성서일과란 "교회력(The Church Year)에 수록되어 있는 다양한 날들과 관련 있는 성경구절의 목록"이다. 즉 "성구집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예배드릴 때에 말씀선포를 위하여 정리되고 의도된 성경말씀의 목록이다." 역사적으로 성구집들은 4세기에 이르러 초대교회가 "교회력에 따른 계획에 의하여 성경말씀을 읽도록 정리해 놓은 것"으로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 교회력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죽음, 부활, 그리고 재림 안에서 완성되어진 우리의 구원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이다. 교회력은 4세기말에 이르러 거의 완성되었는데, 처음에는 부활절을 전후로 해서 사순절과 부활절기 그리고 오순절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4세기에 이르러 하나님을 증거 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의 시작과 관련된 주현절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현절은 4세기말에 성탄절과 나뉘어지고, 그 후에 마지막으로 대강절이 생겨나므로 주후 4세기 말에는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교회력의 기본이 그 틀을 갖추게 되었다. 주후 386년 동방교회의 교부였던 크리소스톰의 설교는 그 당시의 교회력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는 "만일 그리스도가 육신으로 나지 않으셨다면 세례를 받지 못했고 따라서 주현절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가 십자가에 죽고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면 Pascha(부활절)이 무슨 뜻이 있습니까? 그가 성령을 보내지 않았다면 오순절도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하여 초대교회 당시에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절기였던 주현절, 부활절, 그리고 오순절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결국 주후 4세기까지 이루어진 교회력은 초대교회의 삶과 믿음의 내용을 거의 반영하고 있으며, 그것은 곧 예수님의 오심과, 수난, 죽으심, 부활, 성령의 임재, 그리고 그의 재림 등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교회력의 신학적 의미와 선포
교회력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사역, 수난, 죽으심, 부활, 영으로 임하심, 그리고 재림 안에서 완성되어진 우리의 구원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교회력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받은바 은혜를 계속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해 동안의 여러 절기와 축일들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완성되어진 구원이 여러 가지 양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물임을 기억하게 한다. 즉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사역, 고난, 죽으심, 부활, 영으로 임하심, 그리고 재림 안에서 완성된 우리의 구원역사를 매해 되새김으로 우리에게 구원사의 모든 과정을 계속적으로 체험케 만들어 준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력은 우리가 계속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받도록 하는 "항구적인 은총의 수단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래서 Pius Parch는 교회력에 관한 책을 쓰면서 그 책의 제목을 “은총의 교회력(The Church's Year of Grace)"라고 한 것이다.
또 한편 은총의 교회력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를 나타내 보이고 증거 한다. 우리가 교회력을 따른 설교를 하게 될 때에 우리는 주의 죽으심뿐만이 아니라, 그의 오심과 사역, 고난당하심, 십자가의 죽으심, 부활, 승천, 영으로 임하심 그리고 다시 오실 주님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기를 계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교회력을 따라 만들어진 성서일과를 통하여 설교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신 놀라우신 일들을 계속해서 선포하고 감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제임스 화이트(James White)는 표현하기를 "교회력은 선포이자 감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력을 따라 구원의 역사를 되풀이해 전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과거 사건에서 우리를 위해 주신 은혜를 새롭게 얻도록 해준다. 즉 예수님의 출생, 세례 받으심(사역의 시작), 고난 십자가의 죽음, 부활...이러한 모든 것들이 재연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다. 이러한 사건들은 과거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지식과 정보가 아니라, 예배에서 선포되어지는 말씀을 통해 구원의 역사를 반복함으로써 우리 개인의 역사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대림절(Advent)은 그리스도께서 과거에 우리에게 주신 은총에 감사하고, 그가 다시 오실 것을 기대하는 때이다. 성탄절(Christmas)에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로 오셔서 자신을 내어주심(God's Self-giving)을 감사하고 선포한다. 주현절(Epiphany)은 예수님께서 놀라운 기적과 가르침으로 하나님을 우리에게 나타내 보이심을 기념하고 선포한다. 사순절(Lent)은 예수님의 마지막 예루살렘 여행 및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하나님의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기억하고 선포하는 절기이다. 교회력의 중심이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활절(Easter)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는 가운데 우리의 부활을 체험하며 약속 받게 된다. 오순절(Pentecost)에 우리는 세상 끝날 까지 함께 하시는 성령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되며, 그 이후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영광으로 다시 오시는 날까지 새 언약교회의 긴 대장정의 기간(Ordinary Time)을 맞이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교회력에 의한 설교를 함으로써 매번, 매주일, 그리고 매년 하나님과 좀 더 깊이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올해는 사순절 기간 동안 그리스도의 고난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내년에는 나 위해 부활하신 주님을 부활주일에 새롭게 만나게 된다. 즉 우리는 교회력을 따라 매해 새로운 것을 깨닫고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교회력에 맞추어 선택되어진 성서일과를 따라 설교하게 될 때에, 우리는 주의 죽으심뿐만이 아니라, 그의 오심과 사역, 고난당하심, 십자가의 죽으심, 사흘 만에 부활하심, 승천하심, 영으로 임하심, 그리고 다시 오실 주님을 그가 오실 때까지 계속해서 전하는 것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게 된다. 진실로 교회력은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도록 하는 "항구적인 은총의 수단들" 가운데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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