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약할 그 때에(고후12:7-10)

목사 주태근
지난 날 크리스천들에게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이라는 책입니다. 영국의 청교도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존 번연(Bunyan, John)이 쓴 종교적 우의소설입니다. 이 책이 쓰여 지게 된 배경은 존 번연이 복음을 전하다가 핍박을 받아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주여 내 생명이 다하는 그 시간까지 복음을 전하다가 하나님 나라에 가고 싶습니다. 빨리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해 주옵소서" 그는 간절히 기도하는 가운데 옥중에서 주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그는 이러한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 큰 은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비록 감옥에 갇혀 있지만 주님께서는 나에게 족한 은혜를 주시는구나." 존 번연은 이 사실을 깨닫자 그 동안 미치도록 답답했던 감옥이 천국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장장 12년 동안이나 갇혀 있었으나 매일 매일 주님과 더 깊은 영적인 교제를 나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걸작『천로역정』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책의 공헌도는 영국의 근대문학의 선구로서, 영국문학 발전에 기여한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말로 전도할 때보다도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이 책을 통해서 주님께로 인도할 수가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가 약해졌을 때에 주님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더 강한 역사를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국내에서 영화 『트로이』가 한 동안 흥미를 일으킨 작품입니다. 남성의 매력의 극치를 보여줬던 브레드 피트의 연기가 정말 압권인 영화입니다. 구리 빛 근육질 몸매, 날카로운 눈빛, 고독을 즐기며, 잘생긴 외모에 싸움도 잘하는 등 정말 아킬레스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우리는 아킬레스건의 유래나 트로이의 목마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킬레스는 어떤 무기로도 상처를 받지 않는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불사의 몸을 가졌던 아킬레스조차 한 가지 약점이 있었습니다.
불사의 몸을 소유했던 아킬레스는 전혀 뜻밖인 발꿈치가 치명적인 약점 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발꿈치에 독화살을 맞고 죽어 갑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약점이 있고 단점도 있고, 콤플렉스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간에게는 완벽한 인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나 단점 그리고 콤플렉스 때문에 일평생을 그것들에 의해 억눌려서 괴롭게 사는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 정도로 이런 것들은 우리의 삶에 너무나도 무거운 짐인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성경은 이것들을 육체의 가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성경주석가인 핸드릭슨은 사도 바울에 대해 말하기를 그는 뛰어난 지성의 사람이요, 강철 같은 의지의 사람이요, 온유한 마음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바울은 훌륭한 사람이요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능력의 사람이요 기적의 사람이었습니다.
가지가지 은사와 능력을 소유하였기 때문에 그는 어떤 병이든지 남에게 손만 얹고 기도하면 다 치유되곤 했습니다. 심지어는 바울의 손수건만 가져다 만져도 불치병이 고침 받는 역사가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영적인 신비 세계도 많이 경험한 사람입니다.
그는 신학적인 지식만 많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도들이 경험하지 못한 오묘하고 신비한 영적 세계를 체험한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그는 간증거리가 많고 자랑거리가 많았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런 바울에게는 한 가지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데 그것을 오늘 본문에서 사단의 가시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사단의 가시는 바울의 몸 안에 있는 고약한 불치병을 말합니다. 이 불치병이 지금 바울의 몸 안에서 바울을 가시처럼 콕콕 찌르며 괴롭히고 있는 것입니다. '가시'라는 헬라어는 장미송이에 붙어있는 가시 정도가 아니라 말뚝이나 혹은 뾰족한 창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바울의 육체에 말뚝이 박혀있다는 뜻입니다.
조그마한 가시 하나가 손끝에 들어가도 견딜 수가 없는데 살 속에 말뚝이 박혀있다고 하면 얼마나 고통스럽겠습니까? 그런데 이 육체의 가시가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성경이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학자들이 추축하기는 안질이 아니겠는가? 혹은 간질이 아니겠는가? 그렇게들 보고 있습니다.
여하튼 사도바울에게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큰 지장을 주는 육체의 약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이 가시를 좀 뽑아줄 수 없습니까? 하나님 이 가시가 너무 아픕니다. 이 가시 때문에 복음을 전파하는 데 지장이 됩니다. 하나님 이 가시를 좀 뽑아주세요." 하나님 앞에 세 번 간절히 기도했더니 하나님의 응답은 이것이었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 짐이라. 이것이 네게 없으면 안 된다. 네게 있어야만 네가 온전한 사람이 되어진다. 네게 이 가시가 있어야만 내 종으로 끝까지 쓰임 받는다.”
바울은 하나님의 이 응답을 듣고 그때부터는 자기의 약점과 자기의 아픈 부분을 오히려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에게 있는 이 고난과 이 부족한 면 때문에 의기소침하여서 낙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하며 주의 능력으로 사역을 감당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약한 것을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약한 것이 나의 인생을 실패로 머물게 하는 저주가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 약함은 오히려 하나님의 능력을 담는 그릇이 됩니다. 약할 그 때에 비로소 하나님의 능력이 임하기 때문입니다.
금세기초 세계의 존경과 사랑을 받던 지휘자가 있습니다. 토스카니니하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명성 있던 지휘자입니다. 그는 원래 첼로 연주자로서 심한 근시로 인해 연주 중에는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연주 때마다 연주할 악보를 모두 외워서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연주회를 앞두고 그 악단의 지휘자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단원들 중에 누군가에게 지휘를 대신 부탁해야 할 입장이었습니다. 그때 악보를 모두 외우고 있던 토스카니니가 선발되어서 임시 지휘를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세계적 대 지휘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만약 토스카니니가 그토록 시력이 나쁘지 않았다면 유럽의 한 첼로 연주자에 불과했었을 것입니다. 시력이 나빠서 악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악보를 모두 외울 수가 있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적인 지휘자로 등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이 고통을 당한다는 것은 괴롭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고통은 승화시키면 더 큰 능력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약함이 저주가 아니라 은혜입니다. 토스카니니가 남긴 말입니다. “어려울 때 힘 되신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해서 불평하지 말자. 좋은 환경만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아담은 에덴동산과 같은 좋은 환경에서도 타락하지 아니했는가. 눈물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리자, 눈물 있는 눈으로 하나님을 바라볼 때 더 똑똑히 바라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에게 가까이 오셔서 우리를 보호해주시고 힘이 되어주신다.”
그렇습니다. 약할 그 때에 오히려 찬송하는 은혜와 축복을 체험하게 됩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더 강해질 수 있는 은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바울에게 그런 삶의 진리를 교훈하신 것입니다.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연약함을 가꾸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연약함보다 강함을 선호합니다. 사람들은 강한 지도자와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성공하려면 강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원리는 역설적입니다. 하나님은 연약한 자를 통해 일하십니다. 그 이유는 강한 자는 자신을 의지하지만 연약한 자는 하나님을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강한 자는 육신의 힘을 의지하지만 연약한 자는 성령님의 능력을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의지하는 연약한 사람을 찾아 사용하십니다. 유명한 선교사 허드슨 테일러는 “하나님은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할 만큼 충분히 연약한 자를 사용하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하나님은 존귀하게 사용하려는 사람들을 먼저 연약하게 만드십니다.
고난을 통해 그들을 깨뜨려 연약하게 하시고, 고통을 통해 그들을 깨뜨려 연약하게 만드십니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을 연약하게 만드시는 이유는 그들이 연약할 때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풍성한 열매를 맺어 하나님께 쓰임 받기 원하는 사람은 연약함을 가꾸어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해야 합니다. 삶의 지혜란 연약함을 가꿀 줄 아는 것입니다. 지혜란 연약함을 통해 능력의 원천이신 하나님께 머무르는 것입니다.
20세기 초 중국의 유명한 영적리더이며 저술가인 리터습이라는 형제가 있었습니다. 미국식 이름으로 '워치만 니' 라고 하는데 그가 태어날 때에는 몸이 허약하였습니다. 2o대 청년이 피골이 상접하고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얗고 조금만 걸어도 식은땀이 흐르는 허약체질이라 날마다 누워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예수를 잘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하기를 내 육신 건강하여 일을 마음껏 하다가 주께 가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였답니다. 그런데 그가 어느 날 밤에 꿈을 꾸었는데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순풍에 돛을 달고 잘 갑니다. 그 주변 여기저기에 아름다운 고기가 놀고 여기저기에서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강 주변에는 여러 가지 과일들이 무르익어 그야말로 무릉도원을 가는 중이더랍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앞에 큰 바위가 놓여 있어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기도하였습니다. '장애물이 있어서 갈 수가 없으니 이것을 없애 주옵소서!' 그랬더니 음성이 들리기를 '내가 바위를 없애주랴! 강물을 불려주랴!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
그래서 그는 ‘강물을 불려 주옵소서!’ 라고 기도하였더니 강물이 불어나고 자기가 탄 배는 그 위로 지나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 위로 가게 되었는데 더욱 아름답더라는 것입니다. 고난을 재거해 달라고 장애물을 재거해 달라고 구하지 않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구했더니 기적과 같은 능력으로 더 큰 축복을 예비해 두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워치만 니는 죽을병에서 고침 받아 훗날에 세계의 영향력을 주는 대표적인 영성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앞에 시험, 고난, 가시가 있을 때, 그 가시가 나에게 더욱 아름다운 것이 되고 축복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합니다. 고난을 없애 달라고 구하는 기도보다 고난을 이기는 능력을 구하는 것이 더 큰 삶의 지혜입니다. 약할 그 때에 우리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능력을 구해야합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화가로 운보 김기창 화백이 있습니다. 이분은 여덟 살 때 학교 운동회 날 장티푸스에 걸려 죽을 뻔했으나 어머니의 지극한 간호로 생명을 건졌습니다. 그러나 높은 열로 인해 청신경 마비를 가져와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후천성 귀머거리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부터 그림에 집중하기 시작하여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습니다.
자신의 심정을 고백합니다. "듣지 못하면 울부짖고 싶고 아무거나 때려 부수고 싶어집니다. 그럴 때마다 터질 듯한 가슴의 응어리들을 그림에 쏟았습니다. 지금은 내 자신이 귀먹었다는 것을 까맣게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귀가 들렸다면 오늘의 내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고통도 없지 않았지만 폐쇄된 소리의 공간이 있었기에 한 작업에 몰입, 집중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분이 귀머거리 된 것은 개인적인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이 고통을 통과하는 중에 그는 자신 안에 하나님이 주신 천재적인 재능을 발견했고, 이를 사용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하나님은 귀머거리라는 한 연약한 사람을 사용하셔서 위대한 일을 행하신 것입니다. 약할 그 때가 기회입니다.
맨발로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에블린 글래니입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그녀는 세계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 중 하나로 꼽힙니다. 여느 음악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가 이미 열두 살 때 청력을 잃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 입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그녀가 청각을 잃는 순간 음악가로서는 이미 그녀 인생에 마지막 종이 울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글래니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귀를 일단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대신 그녀는 소리의 진동과 뺨의 떨림으로 어떤 소리인지 감지해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대엔 항상 맨발로 올라가 발끝에서 전해오는 진동으로 소리를 구별해냈습니다.
귀가 아니라 온몸 전체가, 그 중에서도 극도로 섬세해진 발끝의 촉각 하나 하나가 그녀만의 청각기관이 되어준 셈입니다. 덕분에 그녀는 미세한 대기의 변화로도 음의 높낮이를 읽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20여 년의 노력 끝에 세계 최고의 타악기 연주자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듣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그녀의 신체적인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 것입니다.그렇습니다. 약할 그 때에 더욱 간절함이 생깁니다.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이 나타납니다. 새로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주님은 약한 자를 위해 오셨습니다. 주님은 모든 약한 자의 친구이십니다. 모든 약한 자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 주님은 스스로 약해지셨습니다. 모든 천한 자를 귀하게 만드시기 위해서 주님은 스스로 천한 자가 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 달린 주님을 보면 누구든지 용기가 생깁니다. 나를 위해 저렇게 고난을 당하신 주님을 바라보면 우리는 어떤 것도 참을 수 있고 이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약할 그 때에 하나님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의 증거입니다. 약할 그 때에 주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사도바울은 오늘도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약하심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셨으나 오직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으셨으니 우리도 저의 안에서 약하나 너희를 향하여 하나님의 능력으로 저와 함께 살리라”(고후13:4) 아멘.
약함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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