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론 강의록

교회의 속성-교수 주태근

주 바나바 2022. 7. 31. 11:32

교회론 강의록(7) : 교수 - 주태근

 

3. 교회의 속성

 

종교개혁자들이 제시하는 교회의 표지를 거부하고 개신교를 거짓교회로 정죄하기 위해 로마가톨릭 신학자들은 전통적 교회의 4대 속성, 즉 통일성과 거룩성과 보편성과 사도성을 교회의 표지로 간주하기 시작했는데, 그 출발점은 로마교의 트렌트공회(1545-1563)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로마교회가 교회의 속성을 교회의 표지로 오용한 것은 교리의 역사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거나, 알면서도 무시한 권력의 남용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로마가톨릭 신학자들과 달리 종교개혁자들은 그 네 가지를 교회의 전통적 해석에 따라 교회의 속성으로 간주한다. 교회의 표지가 참교회와 거짓교회를 구분하는 수단이라면 교회의 속성은 교회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도구일 것이다.

 

325년 최초의 교회공회가 작성한 니케아신경에는 교회의 속성이 통일성과 거룩성과 사도성으로 나타나는데, 381년의 콘스탄티노플공회는 여기에 보편성을 추가한 후 451년의 니케아공회가 추인함으로써 오늘까지 교회의 4대 속성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사도신경에는 거룩성보편성만 발견된다.

 

 

1) 통일성(단일성, Unam Ecclesiam)

 

교회는 381년의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이후 니케아-콘스탄티노플(D 86)에서 선포되고 에베소와 칼케돈 공의회에서 추인된 신조, 우리는 하나의, 거룩하고, 가톨릭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믿습니다라는 신조를 고백하고 있다.

 

교회가 결코 둘 이상이 될 수 없고 오직 하나뿐이라는 통일성이다. 이 통일성의 기원은 그리스도이시다. 왜냐하면 교회의 머리는 오직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분을 머리로 모신 교회가 바로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그리스도 대신하여 교회에 군림한다면 그곳은 더 이상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회의 통일성을 천편일률적 획일성(uniformity)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획일성은 오히려 이단의 특징이다. 이단은 반드시 교주가 있기 마련이다. 교주란 그 집단의 절대 권력자이므로 그 집단의 머리는 교주일 수밖에 없다. 이런 교주 현상은 대부분의 초대형교회들에서도 나타난다. 왜냐하면 교주 현상 없이는 초대형교회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소형교회나 중소교회라고 이런 현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교회 내적인 무소불위의 권력, 즉 누군가 교주처럼 군림하거나 누군가를 교주처럼 추종하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기독교 신앙이라 보기 어렵다. 교회는 권력 지향적 집단이 아니다. 교주가 되려는 자도, 교주를 추종하려는 자도 없어야 한다. 성서는 교회의 통치가 군림과 종속이 아닌 섬김과 교제라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그 원리는 권력이 아닌 사랑, 즉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사랑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하나로 묶는 끈이다.

 

성령 하나님께서는 그 사랑의 끈으로 교회를 하나 되게 하신다. 성령 하나님의 은사와 역사는 비록 다양하지만 결코 그것으로 교회를 분리시키지 않으신다. 그러므로 교회의 통일성은 교회의 다양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담보한다. 지상의 모든 교회는 죄인들의 집단이므로 연약할 수밖에 없다. 죄인인 인간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분열의 위험이 크다. 연약함에 머물지 않고 분열을 피하려면 온 교회가 머리이신 그리스도 한 분만을 추구해야 한다.

 

 

2) 거룩성(Sanctam Ecclesiam)

 

교회의 거룩성이다. 이 거룩성의 근거와 기원 역시 교회의 주인이신 그리스도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피로 깨끗하게 된 신자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거룩한 백성성도라 부르는 것이다. 흔히 신자들로 구성된 교회 지체들의 거룩함이 곧 교회의 거룩함이라고 생각하여 도덕적으로 타락한 교회를 더 이상 교회로 간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교회의 거룩성을 오해한 결과다. 교회는 죄인공동체라는 점에서 전혀 거룩하지 않지만 그리스도 덕분에 의인공동체가 되었기 때문에 거룩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없는 교회는 결코 거룩할 수 없다. 만일 교회가 타락한 상태라 해도 여전히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신 곳이라면 그곳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즉 거룩한 공동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종교개혁 전통의 교회론은 분리주의적인 재세례파의 교회론과 명확하게 구분되고 구분되어야 한다.

 

교회 거룩성의 유일한 근거가 그리스도의 거룩하심이라고 해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들은 거룩하지 않아도 되는가? 아니다. 결코 그럴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게 된 성도, 즉 거룩한 자. 따라서 그는 거룩함과 무관한 삶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룩함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새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은 거룩함과 결코 무관할 수 없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거룩하신 하나님과 같이 거룩한 삶을 기꺼이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다. 따라서 진리의 삶, 거룩한 삶을 지향하지 않는 자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

 

성령 하나님은 거룩한 영 하나님이시다. 성령께서 그리스도인을 거룩한 자, 즉 성도답게 살아가도록 역사하신다. 성령의 역사가 크면 클수록 성도와 교회는 더욱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사모할 것이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장성함에 이를 때까지 성령의 역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모리니 곧 그리스도라.”(4:15) 이 구절은 교회의 통일성뿐만 아니라 거룩성을 위한 말씀이기도 하다.

 

 

3) 보편성(Catholicam Ecclesiam)

 

보편적이라는 말을 가톨릭이라고도 한다. 교회의 보편성도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로부터 출발한다. 그리스도께서 계신 곳에 교회가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해야 한다. 이러한 보편성은 교회의 통일성이나 거룩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통일성과 거룩성을 추구하지 않는 공동체는 보편교회라고 보기 어렵다. 교회의 보편성은 교회연합의 근거요, 전도와 선교의 동력이다. 교회의 보편성이란 어느 시대, 어느 장소든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두 세 사람이 있는 곳에 교회는 존재하고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유일한 구원자로서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곳이 바로 교회다. 그런 교회를 찾아 나서는 것이 교회연합이고 그런 교회를 세우는 것이 전도와 선교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보편성은 교회의 파편화, 특수화, 개별화를 거부한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교회가 최고라는 의식과 선전은 교회의 교회다움, 즉 교회의 보편성을 해치는 가장 해로운 여우다. 기능적으로 보다 나은 집단도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 다른 교회보다 우수한 교회는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몸인 모든 교회를 동일하게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자신의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각 교회의 우수함과 열등함에 따라 차등적인 것이 아니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동일하고 보편적이다.

 

이런 점에서 자기 교회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전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교회의 교회됨을 파괴하는 적대 행위다. 하나님을 어떤 인간적이고 제도적인 우수함으로 자신의 교회를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으신다. 오직 진리의 말씀만으로 평가하신다. 따라서 하나님 앞에서는 작은 교회도 큰 교회, 못난 교회도 잘난 교회도 없다. 다만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전만 있을 뿐이다. 말씀 앞에 엎드리는 겸손한 교회가 보편교회다.

 

 

4) 사도성(Apostolicam Ecclesiam)

 

교회는 사도들과 연속성을 갖는다. 교회의 사도성이란 하나님의 교회라면 오직 사도들의 가르침 위에 세워져야만 한다는 의미다. 사도들의 가르침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다.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가르치신 것을 사도들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오류 없이 전달한 것이 사도들의 가르침이다. 기독교 교리는 사도들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도 않을뿐더러, 벗어날 수도 없다. 교회의 사도성을 무시하는 곳이 이단이다.

 

이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바른 교리 즉 사도들의 가르침에 따라 교회를 세워가야 한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다른 말로 기독교 교리’(doctrina christiana)라고 한다. 이런 기독교 교리를 요약한 것이 신앙고백서신앙교육서. 그러므로 교회는 사도성을 지키고 이단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앙고백신앙교육을 잘 배우고 가르칠 필요가 있다. 사도적 가르침에 대한 관심과 열정 없이는 결코 사도적 교회가 될 수 없다. 교회의 사도성은 오직 성서’(sola scriptura)전체성서’(tota scriptura)의 원리와 무관하지 않다. 사도적 교회는 성서 해석의 획일성과 단일성을 고집하지 않는다. 이런 고집이 교회의 보편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도적 교회는 무한한 성서 해석의 다양성을 방임하지도 않는다. 이런 방임이 교회의 통일성과 거룩성을 헤치기 때문이다. 교회의 통일성과 거룩성과 보편성은 사도들의 가르침 위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교회의 모든 교리와 설교는 사도적이어야 한다. 즉 사도들이 가르친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구원 사역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의 모든 사역은 그리스도 중심이어야 한다. 설교와 전도와 모든 교회 활동은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한 분을 중심으로 묶여야 한다. 지나친 인간적인 설교, 자기교회를 자랑하는 전도, 바른 교리와 무관한 열정적 봉사 등은 교회의 사도성을 무너뜨리는 작은 여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