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학강의록(8) : 교수 주태근
B. 예배신학의 정립
“신학이 없는 예배는 감정이고 취약하다. 예배가 없는 신학은 차갑고 생명력이 없다. 예배와 신학은 강한 기독교 신앙을 진하고 풍성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이루도록 하기위해서 함께 결합하는 것이다.”
예배의 본질은 결국 신학인 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교회의 바른 예배는 바른 신학 근거에 세워질 때 가능한 것이다.
예배 신학(theology of worship)의 일차적 관심은 예배의 의미에 대한 신학적 고찰이며, 하나님과 예배 회중 관계에서 예배의 내용과 역할에 대한 교리적 성찰이다. 예배 신학의 특징은 신학적 전제를 가지고 예배의 의미와 내용과 형식을 분석한다는 점인데, 따라서 모든 교단이 공유하는 일치된 신학을 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각 교단마다 자신 의 특정한 신학적 입장에 따른 다른 예배 신학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개혁교회 예배 신학(Reformed theology of worship), 루터교 예배신학(Lutheran theology of worship), 감리교 예배신학(Wesleyan theology of worship), 성공회 예배신학 (Episcopal theology of worship)등이 그것이다.
1. 교파별의 예배 신학
예배의 정의는 교단 마다, 또한 예전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즉, 예전을 따라 크게 나눈다면 예전적 예배, 말씀중심예배, 은사중심예배, 경배와 찬양예배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다. 이들 예배에서 표현하는 예배의 정의는 각각 삼위일체 하나님의 한 위격을 강조하고 있다. 동방정교회, 로마가톨릭교회가 드리는 예전적 예배에서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건을 회상하는 것이고, 개혁교회의 말씀 중심예배에서 예배는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회중의 응답이다. 오순절교회의 은사중심예배에서 예배는 성령의 역사에 대한 회중의 응답이다. 정리하면, 예전적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 말씀 중심예배는 하나님, 은사중심예배는 성령의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방교회의 예배는 '천상의 예배(divine liturgy)'라고 부르는데, 이는 장차 하나님 나 라에서 참여하게 될 예배를 미리 맛본다는 의미를 지닌다. 천상의 예배는 예수 그리스도 의 신비적 임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방교회의 대표적인 예배신학자 로버트 태프 트(Robert Taft)에 의하면 예배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성취된 구속의 신비를 함께 (publicly) 즐거워하고 ,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이 높여지는 것이 온 세계가 듣도록 영광 돌리는 것이다.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예배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 즉 생애, 수난, 죽음, 그리고 부활을 경축하는 것이다. 이 교회는 예배의 궁극적인 목표를 "하나님을 만나서 하나님과 연합을 이루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이렇게 하나님과의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그리스도의 사역이다. 여기서 그리스도의 사역이란 회중에게 하나님을 계시하고, 그들을 불러 말씀과 성례전을 통해서 믿음과 사랑으로 응답하도록 격려하시는 사역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교회에서는 예배의 중심이요, 정점을 성만찬으로 이해하고 집례 하고 있다.
성공회에서 예배란 하나님의 현현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시간으로 이해하는데 , 다시 말하면 성육신적이고 성례전적이다. 성공회 예배서인 공동기도서(Book of Common Prayer, 1979)에 의하면, 예배에서 눈으로 보이거나 만질 수 있는 성례전적인 예전은 하나님과의 내적이고 영적인 관계로 들어가는 상징과 수단이다. 성공회의 대표적인 예배학자 에브린 언더힐(Evlyn Underhill)은 예배란 초자연적인 행위로 영원하신 하나님의 무한한 자비에 대한 피조된 인간의 응답 이라고 정의한다.
루터교회에서는 예배란 하나님의 행하심에 대한 회중의 응답으로 보는데, 모든 것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봉사한다고 보는 점에서는 복음적인데, 예전적 행위의 전통을 존중하는 점에서는 가톨릭적이다. 루터교의 대교리문답에는 예배란 함께 모여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숙고한 후에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하며 ,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성경이 반대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러한 예전적인 표현은 사용 할 수 있다'(adiaphora)는 루터의 원칙에 따라 가톨릭교회의 예배의 요소 중 많은 것들 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감리교회에서 예배는 교회의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예배는 모든 성도의 삶과 교제, 나아가서 삶의 자리와 연결해서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예배는 신앙공동체의 신앙 의 표현이요 개인의 헌신의 시간일 뿐 아니라, 성도의 모든 삶을 포함하고 있다. 예배란 하나님의 거룩성에 대한 단순한 자각이 아니라, 깊고 사랑이 담긴 묵상이다. 존 웨슬리에 의하면, 성도들은 예배에서 하나님의 임재로 나아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 온 마음과 정성으로 주를 사랑하게 되고 주를 본받아 우리를 깨끗케 하고, 생각과 말과 행위에서 주께 복종하는 것을 배운다고 하였다.
장로교회에서는 예배란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로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셨다는 복음을 이해하고, 선포하며, 실행하는 것이다. 예배를 복음 선포의 장으로 이해하는 것은 루터교 보다 훨씬 강했는데, 이때 복음의 내용 중에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이 우선적으로 강조되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에도 “하나님은 그의 존재, 지혜, 힘, 거룩, 정의, 선과 진리에 있어서 영적이시고, 무한하시고, 영원하시고, 변함이 없으시다.”고 선언하는데, 그러므로 개혁교회의 예배는 언제나 죄의 고백이나 참회의 시편을 예배의 전반부에 사용한다. 칼빈에게 예배란 그리스도의 몸의 표현으로 생각되었는데, 그리스도의 몸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은 ‘거룩’과 ‘순결’로 보았다. 그러므로 예배에서는 하나님의 절대주권 앞에서 인간의 죄의 고백적 성격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존 칼빈, 쯔빙글리, 윌리엄 화렐, 마틴 부쩌, 그리고 존 녹스의 영향을 받은 개혁교회의 예배는 루터교, 성공회예배에 영향을 주었는데, 결정적으로는 영국의 청교도와 미국의 부흥 전통에 영향을 주었다.
침례교회에서 예배란 하나님과의 만남이며 대화다.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인간이 응답 하는데, 계시는 성서, 설교, 찬송, 성례전을 통해서, 응답은 찬양과 감사를 통해서 한다. 침례교 예배는 어떤 다른 교회의 예배보다 성경의 원리에 충실하려고 하는데, 따라서 성경에서 묘사된 예배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예를 들면,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대면한 모세의 사건(출33장 이하), 안식일에 나사렛회당에서의 예수님(눅4:16-30),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요4:19-24), 계시록의 천상의 예배(계4-5장) 등이다. 회중예배를 지향하는 침례교예배는 만인제사장직을 강조하면서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을 크게 하지 않는다.
오순절예배는 삼위일체 하나님 가운데 특히 성령하나님에 대해서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함께 묶어서 생각할 수 있다. 오순절교회예배는 성령충만과 영적은사의 회복 을 강조하면서 성령하나님의 성품과 은혜에 대해서 찬양과 간증으로 응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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