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및 기념 예배 설교

생명의 밥이 되신 주(요 6:31~35) : 목사 주태근

주 바나바 2023. 4. 17. 09:49

생명의 밥이 되신 주(6:31~35)

서북노회 소속 주님의숲교회(북한산 국립공원 근처)

 

목사 주태근 : 성찬주일

 

하면 생각나는 말들이 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배고프면 아무리 좋은 경치도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밥 먹고 합시다!” 이런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밥그릇 싸움이라고 표현합니다.

 

밥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짬밥이라는 말은 경력을 의미합니다. 고참과 신참의 군대생활기간을 말합니다. 해직될 위험이 없는 공무원들, “철밥통이라 부릅니다. 죽지 않는 한 직장은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구실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을 밥값도 못하는 인간이라 말합니다. 인간은 밥 없이는 못 산다는 뜻 입니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자고 할 때 하는 말 언제 한번 만나서 밥이나 먹자!”진정한 우정의 표시가 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을 식구(食口)”라고 부릅니다. “밥 먹는 입이라는 뜻입니다. 항상 함께하는 삶의 표상이 바로 식탁을 함께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을 일컬어 밥숟갈 놓았다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말들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밥 없이는 못 살아!”입니다. 다른 것은 없어도 그만이고,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밥 없이는 못 살아! 매운 것은 못 먹어도, 고기는 안 먹어도, 밥 없이는 못 살아! 그렇습니다. 밥은 사치품이 아닙니다.

 

밥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밥은 곧 생명입니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는 그저 하루 세 끼 먹는 것에 만족했지만, 요즈음에는 맛있는 반찬, 특별한 요리, 건강에 좋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요리하면 중국입니다. 중국요리는 3천 가지가 넘는다고 말합니다. 안 먹는 것이 없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다리가 넷 달린 것 중에서 먹지 않는 것은 밥상밖에 없고, 날아다니는 것 중에서 먹지 않는 것은 비행기밖에 없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역시, 밥입니다. 한국 사람은 밥심즉 밥의 힘으로 삽니다. 밥이 보약입니다.

밥을 잘 먹어야 건강한 생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밥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요 축복입니다. 우리는 밥 먹을 때마다 감사해야 합니다. 한 끼 밥을 먹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감사해야 합니다. 농부들에게도 감사해야 하겠지만, 농부가 뿌린 씨앗을 자라게 하시고 쌀로 열매 맺게 하셔서 우리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이현주 목사님의 시입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먹거라.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쌀 한 톨 한 톨마다 햇볕 같은 하나님 은총이 깃들어 있습니다. 밥 한 알 한 알마다 공기 같은 하나님 숨결이 깃들어 있습니다. 밥 한 숟가락 숟가락마다 단비 같은 하나님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우리 육신의 생명을 위한 밥을 주십니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우리 영혼의 생명을 위한 밥도 주십니다. 인간은 흙으로 지어진 육적인 존재이기에, 흙에서 난 식물, 밥을 먹어야 삽니다.

 

또한 인간은 하나님의 생기를 지닌 영적인 존재이기에, 하늘의 양식, 영적인 밥을 먹어야 영혼이 살 수 있고 영혼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요,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예수님 자신이 바로 생명의 떡입니다. 서양식으로 번역하면, ‘생명의 빵이라 번역됩니다. 우리식으로 번역하면, 생명의 떡이라기보다 생명의 밥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영혼을 살리는 하늘밥즉 생명의 밥입니다.

 

예수님은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습니다. 우연히도 베들레헴은 떡집이라는 뜻을 가진 동네입니다. 우리식으로 하면 밥집이라는 동네입니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은 구유에 누우셨습니다.

 

구유는 가축들의 먹이를 담는 여물통, 밥통입니다. 예수님은 밥집 동네에서 태어나 밥통 속에 누우셨습니다. 예수님이 밥이라는 뜻입니다. 본문 33절입니다. “하나님의 떡은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니라.”

 

예수님은 하늘에서 이 땅에 내려오신 하나님의 떡, 바로하늘밥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하여, 밥집에, 밥통에, ‘하늘밥으로, 생명의 밥으로 오셨습니다. 나는 생명의 밥이다.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은 밥상공동체 사역이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무리들과 함께, 식탁교제를 많이 나누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적대자들이 붙여준 고약한 별명이 생길 정도입니다.

 

그것은 바로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11:19)입니다. 직역하면, “예수는 먹보이고 술꾼이다그런 뜻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밥상공동체 사역을 열심히 하신 까닭은, 예수님 자신이 생명의 밥임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처형을 당하시기 전날 밤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누셨습니다. 빵을 떼어 나누어주시면서,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찢기는 나의 살이다.” 말씀하시고, 포도주를 나누어주시면서,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다.”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희를 위한 생명의 밥이 되어 십자가에 죽는다.” 그런 뜻입니다. 십자가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나누어주는 식탁입니다. 십자가는 생명의 밥을 나누어주는 거룩한 식탁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셔서 빵을 떼어주셨습니다. 또한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 잡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구운 생선과 빵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계속 57절에 말씀하십니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인하여 사는 것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를 인하여 살리라.” 예수님을 먹어야 살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조금 불경스러운 표현이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먹이가 되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을 먹어야 우리 영혼이 죽지 않고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먹는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예수님을 먹는다는 것은 예수님을 믿고 영접한다.”는 뜻입니다. 계속 되는 말씀 47절이 이르기를, “진실로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나니, 내가 곧 생명의 떡이로다.”

 

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나니말합니다. 우리들이 예수님을 먹으면, 즉 예수님을 믿고 영접하면, 영생을 얻게 됩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밥을 먹어야만 우리 육신이 살듯이, 예수님을 믿고 영접해야만, 우리 영혼이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계속 되는 말씀 51절입니다. “나는 하늘로서 내려온 산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나의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로라 하시니라.” 예수님은 우리에게 영생을 주시는 산 떡, 즉 생명의 밥입니다. 생명의 밥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 생명의 밥으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 생명의 밥으로 부활하신 예수님, 예수님을 구주와 주님으로 믿고 영접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예수님을 먹는다는 것은 예수님과 항상 교제한다.”는 뜻입니다. 계속되는 말씀 56절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 안에 거하나니..” 예수님을 먹는 사람은 예수님이 그 사람 안에 계시고, 그 사람이 예수님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을 먹는다는 것은 예수님과 동거하며 교제한다.’는 것입니다. 밥을 매일 먹어야 하듯이, 예수님과 매일 교제해야 합니다. 마태복음 44절 말씀입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여기에서 떡은 육신을 살리는 밥이고, 하나님 말씀은 영혼을 살리는 밥입니다.

 

하나님 말씀은 영적인 일용할 양식입니다. 매일 하나님 말씀을 먹으며 소화시키며 예수님과 교제해야 영혼이 살 수 있습니다. 매일 매순간 기도를 통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예수님과 교제해야 영혼이 살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서 숨을 내쉬며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을 받으라!” 성령은 예수님의 숨결이고, 예수님의 거룩한 기운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도 살아 계셔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으라! 기도를 통하여 예수님의 숨결을 마시고 예수님의 기운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사람 밥심으로 살듯이, 매일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를 통하여 생명의 밥심, 생명의 기운을 받아야 영혼이 살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을 먹는다는 것은, 예수님이 나를 살리기 위한 밥이 되어 죽으셨듯이, 나도 다른 사람 살리기 위한 밥이 되어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먹는 밥에는 생명이 있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밥은 죽고, 그 밥의 생명력이 나의 것이 되어 나를 살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거룩한 식탁 십자가에서 당신의 살을 찢어 나누어주심으로, 죽으심으로, 나를 살리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도 밥값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먹고 영원한 생명을 얻은 밥값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 살리기 위해서 내가 밥이 되어 죽어야 합니다.

 

나의 금쪽같은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주는 것입니다. 나의 소중한 몸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입니다. 내가 먹는 밥을 아껴서 배고픈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내 식구들 위해서 내가 희생하는 것입니다. 교회와 지역사회의 힘든 일 궂은일 맡아서 봉사하는 것입니다.

 

교회 안팎의 병든 사람 소외된 사람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굶주리고 고생하는 수재민을 위해 우리의 정성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내 믿음 내 공로 내 자존심 내려놓고 섬기는 것, 내가 조금 더 먹으려고 밥그릇 싸움 하지 않고, 짬밥 내세우면서 군림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철밥통 움켜쥐고 기득권 주장하지 않고, 공손히 감사하며 섬기는 것, 겸손히 밥값하며 섬기는 것, 다른 사람의 밥이 되어 내가 죽는 일입니다. 내가 죽음으로 생명의 밥이신 예수님을 나누어주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찬성례전에 참여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나누어 먹는 빵의 모습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십니다. 생명의 밥이신 예수님을 나누어 먹으면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하십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씀이신 예수님을 소화시키십시다. 예수님의 생명의 기운을 받아먹고, 나도 밥이 되어, 내가 죽어 다른 사람 살리는 삶을 살리라 다짐하십시다.

 

생명의 밥이신 예수님은 오늘도 우리를 향하여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6:54-55)

 

 

 

 

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