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론 강의록

교회론 강의록(13) : 교회의 조직(글-주태근)

주 바나바 2023. 6. 12. 09:42

교회론 강의록(13)

 

교회의 조직

 

 

글-주태근

요르단한인교회 임직식(담임목사 : 진영준)

온 세상에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교회 조직은 필수적이다. 무질서와 혼란, 복음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하고 무력화시킨다. 조직 없는 교회는 곧 무너진다. 교회의 조직에 관한 견해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왜냐하면 교회에 있어서 조직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교회가 인위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로마교회와 같은 정치 집단으로 변모해 버릴 우려가 있고, 조직을 너무 무시하다 보면, 교회가 무교회주의와 같은 처지가 되어 교회 존립이 어려워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를 교회답게 성장시켜 가기 위해서는 조직체로서의 교회를 이해하고 그 조직을 개발시켜 나가야 한다.

 

 

1. 교회 조직의 원리

 

교회 조직의 원리는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하여 성도 각자에게 주신 은사에 따라 임무를 분담케 하시는 섭리이다. 다시 말하면, 조직의 원인자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이시고, 조직의 실행자는 성령이시고, 조직의 성원은 은사를 선물로 받은 지체된 성도들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교회의 조직은 인위적인 계획이나 방법에 의한 정치적 조작이 아니라,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그리스도께서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성도 각자에게 선물로 주신 은사를 따라 임무를 분담케 하셔서 스스로의 몸을 세워 가는 신적인 섭리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126) 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에베소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도 그리스도께서 하늘로 승천하시면서 "그가 혹은 사도로, 혹은 선지자로, 혹은 복음 전하는 자로, 혹은 교사와 목사로 주셨으니……"(에베소서 41112) 라는 말로도 표현을 했다. 성도에게 각각 직임을 맡겨 교회를 조직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권한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그리스도의 절대 권한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도 조직체이다. 하나의 조직체로서의 교회는 그 자체의 개성, 성격, 풍토를 지니고 있는 실체이다. 그리고 그 조직체의 성격과 풍토는 교인들의 교회생활 태도에, 그리고 그들이 교회의 신앙, , 메시지를 실제로 듣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즉 조직체로서의 교회는 조직체 자체가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2. 교회 조직의 방법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하여 교회를 조직하시는 구체적인 방법은 초대 예루살렘교회 조직의 경우에서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무리들로 하여금 성령이 충만한 사람을 택하게 해서 사도들로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하여 집사로 세우게 하셨다. 여기서 집사의 직임을 받을 자들을 무리들이 택했다고 해서 이를 인간의 주관에 의한 선택으로 알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무리들의 마음을 감동해서 선택할 자를 선택하도록 섭리하시기 때문이다. 솔로몬이 말하기를 "사람이 제비를 뽑으나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16:33)" 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무리가 집사의 직임을 받을 자를 선택한 사실을 인간의 주관에 의한 선택으로 보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를 조직하기 위하여 일꾼을 선택할 때에는 성도들에게서 인간적인 모든 요소가 배제되어야 하고 그들에게 말씀을 통한 성령의 감동만이 충만케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인위적인 방법이 첨가되는 만큼 교회 조직은 순수함에서 멀어지고 성령의 역사를 의지하는 만큼 교회 조직의 순수함은 유지되는 것이다.

 

 

3. 교회 조직의 목적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하여 교회를 조직하시는 목적은 연약한 성도로 하여금 온전케 하여 다른 지체를 위해 봉사하게 함으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우려는 데 있다. 이에 대하여 사도 바울은 "이는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에베소서412) 라고 밝혀 주고 있다. 여기서 "성도를 온전케 하며" 라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데 까지 이르리니 이는 우리가 이제부터 어린 아이가 되지 아니하여 사람의 궤술과 간사한 유혹에 빠져 모든 교훈의 풍조에 밀려 요동치 않게 하려 함이라"(4:1314) 라는 말씀에 나타난다. 그러니까 "성도를 온전케 하며" 라는 말은 성도로 하여금 아는 것과 믿는 것이 하나가 되어 자라서 견고히 서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봉사의 일을 하게하며" 라는 내용에 대한 설명은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입음으로 연락하고 상합하여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4:16) 라는 말씀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라는 내용에 대한 설명은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그리스도라"(4:15) 라는 말씀과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4:16) 라는 말씀에 나타난다. 이들 내용은 모두가 성도들이 서로 도와 각자가 받은 은사대로 봉사하게 하여 교회를 자라게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교회 조직의 최종 목적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우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목적을 명확히 하고 목표를 수립하는 일은 교회와 가정, 개인의 삶에 있어서나 행정에 있어서 제일 먼저 필요 되는 기술이다. 사람들이 교회 안에 참여할 때 그들은 그들 자신을 위한 목적들을 갖는다. 당회원으로 선출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공헌하도록 사람들이 인정할 것을 기대하며, 특별한 교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기독교인의 모습을 특별한 의식에 의하여 표현하고, 개별적으로 만족할 만한 설교를 들으며, 성가대에서 찬양하고, 교회학교에서 가르치며, 그리고 청소년 그룹에서 일하게 되는 것은 사람들의 목적을 이루는 방법들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목적과 목표는 단체를 소생시키는데 사용할 때 큰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KilinskiWottord는 교회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교인들의 영적 성장, 그들의 영적은사들의 깨달음과 개발과 사용을 위함이고, 친교와 봉사를 통하여 각 지체간의 연합, 그리스도의 사랑을 서로 나눔, 서로의 삶 속에서 상부상조하기 위함, 복음을 전파, 그리스도인의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다.

 

 

4. 교회조직과 행정

 

신약 성서는 교회에서의 목회자 기능 혹은 직분을 다양하게 열거하고 있다. 사도, 감독 , 집사, 장로, 전도자, 목사, 전파하는 자, 예언자, 교사 등이다. 이렇게 많은 기능들은 실제로 현대 교회에서 목사가 해야 할 기능의 대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현대교회 목회자의 기능은 다양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교회가 기대하고 있다. 이런 많은 기능들이 목회자에게 있지만 시워드 힐트너(Seward Hiltner)와 같은 학자는 목회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전달(Communicating)부분, 상담, 심방 등으로 양떼를 돌보는 목양(Shepherding)부분, 교회를 관리하고 경영하는 조직(Organizing)부분이다. 그러면서 그는 부연하기를 어떤 목회자라도 이 세 부분을 모두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세 부분 중 어느 하나만을 잘 하여도 목회에 성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행정력이란 목회의 중요한 한 부분이며 목회 성공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교회행정학에서는 흔히 목회자를 전문 관리인(Professional Manager) 이란 말로 부른다. 그만큼 목회자는 교회의 관리와 행정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목회자가 다 행정에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는 아니다. 목회자를 영어로 'Minister'라고 하는데 이 말은 행정이라고 말하는 'Administration'이라는 말과 같은 어원에서 나온 말로, '섬긴다(To Serve)'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행정이란 그 자체가 목회자의 특기나 목회의 중심은 아니며 목회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면서 그 말씀이 보존되도록 교회의 모든 기능이 지체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교회에서의 행정은 대단히 중요하나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행정가로서의 목회자 기능도 상당히 중요하나 제일 중요한 기능은 아니다. 현대 교회행정학의 많은 원리를 일반 행정학에서 도입하기 때문에 때로는 성서적 근거가 결여될 때가 있다. 교회의 행정은 그 기원과 근거를 성서에서 찾아야 한다.

 

교회행정학의 성서적 근거는 구약의 출애굽기 18:13~27, 신약의 사도행전 6:1~6을 들 수가 있다. 출애굽기의 행정과 사도행전의 행정 사이에는 상이점과 차이점이 있어 이것을 분석해 보면 교회행정의 상당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출애굽기의 이야기는 광야에서 있은 모세가 백성의 지도자를 세우는 사건이다. 갑자기 많은 백성들이 광야생활이라는 집단생활을 통하여 송사의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에 모세는 그 일에 골몰하게 되었다. 장인 이드로의 제안으로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세워 백성의 재판을 맡아 하게 하였다. 그 결과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며 제 곳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사도행전의 이야기는 초대교회에서 일곱 집사를 처음으로 세우는 사건이다. 교회에 갑자기 많은 성도가 생기게 되고 사도들은 말씀 선포, 기도와 공궤를 효율적으로 할 수 없어 헬라파 유대인들의 불평을 듣게 되고 일곱 집사를 세워 공궤의 일을 맡기고 사도들은 말씀 선포와 기도에 전혀 힘썼더니 교회가 성장하였다는 것이다.

 

구약과 신약, 이 두 성서적 근거 사이에는 교회행정의 동기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행정의 동기가 수적 증가란 것이다. 많은 수의 백성들과 교인들을 모세 혼자서, 혹은 몇 명의 사도들이 모든 일들을 다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왜 행정이 필요한가? 그것은 혼자서 모든 일들을 하기에 벅찬 숫자 때문이다. 그러므로 행정의 형태도 교회마다 그 규모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고 정치제도나 규범도 교파나 개 교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죤 낙스(John Knox)는 이것을 정책의 유연성(Flexibility of polity)이라 하였다. 행정의 동기도 구약에서는 모세의 과중한 업무이며 신약에서도 사도들의 과중한 업무로 불평을 유발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교회행정의 동기란 과중한 업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구약과 신약에서 행정의 차이 즉 문제해결의 방법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출애굽기에서는 모세가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을 뽑아 세워서 그들로 하여금 백성의 지도자가 되게 하는 것이었고 임직의 방법도 임명(Designation)으로 끝났다. 그러나 사도행전에서는 사도들이 스스로 일곱 집사를 택하여 임명한 것이 아니라 교회가 일곱 사람을 선택하게 하여 임직하는 방법도 그들 앞에서 안수(Ordination)하였다.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구약의 예에서는 모세가 절대적, 카리스마적 존재로 모세의 지명에 의하여 지도자들이 세워지게 되고 그 체제가 계급적(hierarchical)이고 관료적(bureaucratic)이며 모세의 일인체제로서 전제적(autocratic)이다. 반면에 신약의 체제는 사도라는 무리에 의하여 주도되며 교회 전체가 집사의 선택에 참여하게 된다. 요즘 말로 하면 공중의회에서 집사를 선택하였다. 이 방식은 구약에 비하여 볼 때 상당히 민주적(democratic)이며 공화제(Republic)의 방법으로 발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