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학 강의록(17) : 현대선교신학 2(글-주태근)

6) 웁살라 총회(1968)
1968년 제 4차 WCC 총회가 스웨덴의 수도 웁살라에서 최대 규모의 참석자가 모여 개최되었다. 이 대회는 220회원교회가 참석하였다. 주제로는 ‘만물을 새롭게 하라’를 채택하였다. 당시 세계 상황은 혁명적인 격변기였다. 미국에서 케네디의 집권 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권운동이 본격적으로 대두 되는 가운데 오랜만에 고무적인 열풍이 감돌았지만 케네디 형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및 월남전의 영향으로 삽시간에 이전에는 없던 대 혼란기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웁살라 대회는 강력한 사회 정의와 인간성 회복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웁살라 대회는 선교의 목표를 “인간화”(humanization)로 내걸었다. 이제 선교는 교회 전체가 행하여야 할 과제로서 모든 피조물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선교 활동에 교회가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선교로 이해되어진 것이다. 즉 오늘날의 근본적인 문제는 진정한 인간에 대한 문제이며 선교활동의 주요 관심사는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하고 그것이 선교의 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 인간성을 넘어 전 인류적 인간성의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통한 회복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교회가 가난하고 힘없는 자 편에 서서 권력 있는 자, 부한 자들을 향해 예언자적 비판력을 견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교적 사명을 다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 총회는 신학적 문제가 아닌 “세상의 공경에 눈감아 버린 기독교인들이야 말로 이단이다”라고 선포하면서, 회원교회들로 하여금 회원이 아닌 다른 교회, 타종교, 모든 선한 일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이로써 웁살라 총회는 선교의 개념을 확대시켜 놓았다.
7) 방콕대회(1973년)
멕시코 시티대회 이후 10년만에 CWME 제 2차 대회가 방콕에서 열렸다. 전체적인 주제는 ‘오늘의 구원’으로 구원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촉구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개인의 죄와 그 결과들로부터의 구원과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의 교회를 통하여 세상을 모든 형태의 압제로부터 자유롭게 하신 그런 과업인 것이다. 이 대회 역시 1968년 웁살라의 두 기둥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두 기둥은 모든 WCC 분과보고서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방콕대회에선 복음주의자들의 참여로 ‘복음과 교회’라는 기둥이 더 튼튼해지는 감이 있으면서도 몰트만 등의 주장에 의하여 ‘사회구원’이 첨예화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1968년 웁살라의 ‘인간화’에 이어 1973년 방콕은 ‘사회구원’을 강조하였다. 방콕문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원이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개인들의 죄와 죄의 모든 결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구원이란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의 교회를 통하여 이 세상을, 이 세상의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유케하시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어나기 위하여는 교회가 먼저 갱신되어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 방콕대회 마지막 날 카스트로(Emilio Castro) 박사는 대회의 결과를 요약하면서 “우리는 지금 하나의 선교시대의 마지막 석양에 서 있으며, 동시에 세계 선교의 새로운 여명에 서 있다.”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세계 선교”의 방향과 과업의 내용을 드러냈다.
8) 나이로비 총회 이후(1975-)
이어서 WCC 총회는 8년 간격으로 열렸다. 1975년의 나이로비총회, 1983년의 벤쿠버총회, 그리고 1991년의 캔버라 총회가 그것이다. 그리고 CWME대회는 멜버른(1980)과 산안토니오(1989)에서 각기 열렸다. 이 시기는 교회협의회 선교신학의 새로운 발전의 시기이기보다는 수정 보완의 시기라 할 수 있다.
나이로비총회(1975)는 ‘온 교회가 전복음을 온 세상의 전인에게 전해야’한다는 종래의 주장을 확인하고 밝힌다. 한마디로 나이로비의 관심은 통전적 선교였다고 할 수 있다. 복음전도와 사회적활동이 통합적관계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멜버른대회(1980)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매우 심도있게 다루었다. 그러므로 교회는 가난한 자들의 투쟁에 연대되어야 하며, 착취와 빈궁의 원흉인 권력들에 대한 투쟁에 함께 해야 하고 교회내의 가난한자들과의 관계도 새롭게 해야 한다.
벤쿠버총회(1983)의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세상의 생명’이었다. 선교적 사명의 갱신을 위해서 우리는 ‘하나님은 예외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믿는 자들만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누구나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따라서 타종교와의 대화에 일보 진전한다.
산안토니오대회(1989)의 주제는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이다: 그리스도의 방법을 따른 선교’였다. 고난 받는 자와 가난한 자들과의 유대와 동참의식의 고취가 대회의 중심내용이었다. 그리고 타종교외의 대화문제에 있어서는 아직도 그리스도의 구원의 유일성과 타종교에서의 구원의 가능성에 대한 뚜렷한 해담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호주 캔버라(1991)에서 열린 WCC 제 7차 총회는 선교문제를 크게 다루지 않았다. 대회의 주제나 분과별 소주제까지 모두 성령론으로 일관되며 종래처럼 선교와 관련된 주제는 보이지 않는다.
9) 하라레 총회(1998)
WCC 제8차 총회인 하라레 총회는 1998년 12월 3일부터 12월 14일까지, 332개의 대표단원과 960명의 회원교회 총대들이 참여한 가운데 “하나님께 돌아가자, 소망 중에 기뻐하자”라는 주제로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진행되었다. 하라레 총회의 주제는 기독론, 성령론에 이어 삼위일체론으로 확장되었는데 특별히 총회에서는 “하나님께 돌아가자”며 회개와 갱신을 촉구했다. 하라레 총회에서는 미래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요 과제로 “교회가 교회다움”(Being Church), “생명에 대한 관심”(Caring for Life), “화해의 사역”(Ministry of Reconciliation), “지구화 시대의 공동 증언과 봉사”(Common Witness and Service amidst Globalization) 네 가지로 정리했다. 또한 하라레 총회에서는 에큐메니칼 신학 교육 프로그램(The Ecumenical Theological Education Program, ETE Program)을 통해 교회의 개혁과 일치를 더욱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하며 다양하고, 새롭고 창조적인 에큐메니칼 신학 교육이 계속적으로 연구될 것임을 밝혔다.
8차 총회는 세계 각국에서 자행된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0년부터 2010년까지를 ‘폭력극복을 위한 10년’(Decade to Overcome Violence)이라고 선언했다. 또 제3세계의 가난한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해 ‘부채탕감운동’을 전개하자고 선언했다. 총회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공청회식 회무진행(Hearing)을 도입했고, 에큐메니칼 공간을 확대하는 의미로 ‘파다레’(열린마당)을 열어 놓았다.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반적인 이해와 비전이라는 제목의 CUV(A Common Understanding and Vision of the Ecumenical Movement)문서를 채택했는데, 이 문서는 향후 에큐메니칼 운동 안에 ‘기독교포럼’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CUV는 “기독교인들이 신앙과 연대의 오이쿠메네를 위해서 다양성 속에서 일치성을 추구하는 대안적인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총회는 글로벌화 공동체에 대한 ‘대안 공동체’ 추구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경제, 문화적인 글로벌화의 일방적인 지배에 항거할 것을 말한다. 특히 1997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WARC 23차 세계대회가 선언 했던 ‘경제 부정의와 생태학적인 파괴에 관한 인식과 교육과 신앙고백의 헌신된 과정’을 환영하고 WCC도 이에 동참할 것을 표명했다. 초국적(다국적) 기업들의 횡포에 대한 대안으로 ‘효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의 창안’을 추천했다.
10) 포르토알레그레 총회(2006)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열린 최초의 총회였다. 2006년 2월 WCC는 ‘하나님 당신의 은혜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God in Your Grace, Transform the World)라는 주제로 총회를 개최했다. WCC는 총회를 통해 남미에서 사회참여 전통을 가지고 급성장했던 오순절 교회들과 친교를 확대했다. 특히 9차 총회에는 348개 회원교회에서 691명의 총대가 참석했다. 총회 준비는 케냐 감리교회 출신인 새뮤얼 코비아(Samuel Kobia, 2004-2009)가 맡아서 진행했다.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의 주제는 하라레 총회에 이어 하나님이 중심이 되었다. 주제에 나타난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으로 고백되었으며, 총회기간동안 에큐메니칼 운동의 내적 위기의 극복과, 종교적 다원성 안에서 기독교의 정체성 확인이라는 내적 과제를 해결하고, 경제정의·환경파괴·폭력극복 평화실현이라는 외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서는 총 여섯개의 분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는 첫째, WCC와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WCC and the Ecumenical Movement in the 21st Century). 둘째, 일치, 선교, 전도와 영성(Unity, Mission, Evangelism and Spirituality). 셋째, 공적증언: 권력에 대한 대응과 평화 천명(Public Witness: Addressing Power, Affirming Peace). 넷째, 정의, 봉사, 창조를 위한 책임(Justice, Diakonia and Responsibility for Creation). 다섯째, 교육과 에큐메니칼 양육 (Education and Ecumenical Formation). 여섯째, 종교간 대화와 협력(Inter-Religious Dialogue and Coperation)등이다. 특히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의 프로그램 지침 위원회의 보고서(Report of the Programme Guide line Committee)에서는 하라레 총회에서 논의된 에큐메니칼 지도력 형성에 관한 부분이 다섯번째 분야에 이어 심화된 내용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에큐메니칼 운동 전체에 도전하는 이슈 중에 하나는 예큐메니칼 구성이다. 이번 총회에서 총무 보고서에 나타난 것처럼, “교회 리더십을 포함하여 현대 기독교인들이 하나 됨을 추구함에 창조적으로 책임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면, 우리 공동의 삶을 더 좋게 그리고 풍성하게 하도록 에큐메니칼 구성의 적절한 수단들이 제공되어야만 한다.” 이것은 특히 교회의 학생들, 청년들, 평신도와 여성들이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의 리더십 역할을 맡았을 때 더욱 그러하다.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 이후 WCC는 이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그 열매로 신학 교육에 대한 에큐메니칼 서약문(Ecumenical Covenant on Theological Education)을 산출하였다. 2012년 크레타에서 모인 중앙위원회에서는 에큐메니칼 교육정책서로 승인하고 부산 총회의 공식문서로 다루기로 결의하였다. 웁살라 총회에서 시작된 WCC의 차세대 에큐메니칼 지도력 양성에 관한 흐름이 역대 총회들을 통해 2013년 대한민국의 부산 총회에 연결된 것이다.
11) 부산총회(2013.10.30.)
WCC 제10차 총회인 부산 총회는 2013년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349개의 대표단원과 825명의 회원교회 총대들이 참여한 가운데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라는 주제로 대한민국 부산에서 진행되었다. 대한민국에 개신교가 들어온 지 134년 만에 6억 회원교단을 아우르는 기독교의 세계공의회가 대한민국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부산 총회는 1961년 인도에서 개최된 뉴델리 총회 이후 아시아에서 42년 만에 열리는 WCC 총회였고, 동북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린 중요한 행사였다.
부산 총회의 주제에서는 “생명”, “정의”, “평화”가 등장했다. 밴쿠버 대회에서 “생명”이 처음으로 주제 안에서 다루어진 적이 있고, 서울에서 개최된 JPIC총회에서 다루어진 적은 있었으나 WCC총회의 주제로 “정의”(Justice)”와 “평화”(Peace)가 정해진 것은 처음이다.
WCC의 사회윤리에 대한 관심은 JPIC라는 용어에 집중되어 있는데, 부산 총회는 WCC 역대총회와 더불어 JPIC정신을 더욱 심화하고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제9차 총회에서는 정의, 봉사, 창조에 대한 책임이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부산 총회에서는 JPIC의 정신 중 특히 인류가 맞이한 생태계의 위기 앞에서 생명의 하나님의 이끄심을 바라면서 생명, 정의, 평화라는 세 주제를 발전시켰다.
부산 총회의 주제는 하나님의 속성인 생명의 축복 안에서 피조물들이 정의와 평화를 누린다는 고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주제에서 생명과 정의와 평화가 통전성을 지니고 상호 관계를 이루고 있기 보다는 따로 분리되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한국교회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서 부산 총회의 주제에 생명의 귀중함과 한반도의 통일, 아시아의 정의와 평화 문제가 포괄적으로 다루어 졌지만 주제에 나타난 하나님의 속성이 서구적으로 이원화되어있다는 부분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시편 85편 10절에는 “인애와 진리가 같이 만나고 의와 화평이 서로 입 맞추었으며 진리는 땅에서 솟아나고 의는 하늘에서 굽어보도다.”는 구절이 있고, 잠언 11장 19절에는 “공의를 굳게 지키는 자는 생명에 이르고 악을 따르는 자는 사망에 이르느니라.”는 구절이 있다. 성서는 생명이나 정의와 평화가 서로 불가분에 있는 관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 총회의 공식문서 중 2012년 WCC와 로마가톨릭교회, WEA가 함께 발표한 “다종교 사회 속에서 기독교의 증언”(Christian Witness in a Multi-religious World)를 포함하여 총회 전 채택된 공식문서에는 다양한 기독교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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